김민석, 송영길 겨냥 “하산하자고 해놓고 나홀로 등산”…출마 선언 반발

입력 2022-04-04 17:06 수정 2022-04-04 18:48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 대한 반발이 민주당 내에서 분출되고 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당내 ‘86그룹’이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전 대표가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 데 대한 대국민 설명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선의 김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이 지역구이며, 운동권 출신으로 이른바 86그룹에 속한다.

김 의원은 특히 대선 기간 ‘86 용퇴론’을 내세워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송 전 대표 자신이 지방선거에 나오겠다고 선언한 점을 꼬집었다. 그는 “하산 신호를 내린 기수가 갑자기 나 홀로 등산을 선언하는 데서 생기는 당과 국민의 혼선을 정리해줄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서울 지역 의원들과 당원들이 한뜻으로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강권한 것도,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강권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교황식 선출 방식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인물까지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해 시민과 당원의 지지가 가장 높은 사람을 뽑자는 것”이라며 “이낙연, 정세균, 추미애, 김현종(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 모든 인적자원을 놓고 지도부가 책임 있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의 40년 운동권 동지이자, 86그룹 지도급 인사인 우상호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서울 서대문갑인 지역구인 우 의원은 송 전 대표와 연세대 동문이다.

우 의원도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이 여러 카드를 다 무산시켰다”며 “바깥에 있는 참신한 분이 그 당 전 대표(송영길)가 딱 앉아서 경선하자고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인 박주민 의원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당히 많은 (서울 지역) 의원들이 반대하는 것 같다”면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던 지도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복귀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송 전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의견도 상당해 민주당 내부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마땅한 카드가 없는데 송 전 대표의 출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