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세한도’ 178년만에 탄생지 제주로

입력 2022-04-04 16:12
추사 김정희가 1844년 제주 유배시절 그린 '세한도(歲寒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제주 유배시절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그린 세한도가 178년만에 작품 탄생지인 제주로 왔다.

국립제주박물관은 국보 세한도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 ‘세한도, 다시 만난 추사와 제주’전을 5일부터 내달 2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손창근(93) 선생의 기증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획한 ‘세한,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 전의 순회전시로 마련된다. ‘세한도’를 비롯해 ‘불이선란도’ ‘김정희 초상’ 등 13점을 선보인다.

김정희가 제주로 유배온 것은 1840년. 그의 나이 55세 때다. 세한(歲寒)은 설을 전후한 혹독한 추위를 이른다. 작품은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논어의 구절을 모티프로 했다. 죄인이 된 자신을 잊지 않고 변함없이 귀한 책을 보내주던 역관(譯官) 제자 이상적(1804~1865)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그렸다.

이상적은 세한도가 그려진 1844년 그림을 들고 북경으로 가 청나라 문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당시 청나라 문인 16인이 쓴 감상 글이 이번 전시에 함께 자리한다.

이후 세한도는 이상적의 제자 김병선(1830~1891), 김정희 연구자 후지쓰카 지카시(1879~1948), 서화가 손재형(1903~1981) 등 여러 인물의 손을 거쳐 손창근 선생에게 갔고 그는 자식처럼 귀하게 여기던 세한도를 2020년 국가에 기증했다.

전시에선 세한도와 세한의 시기 송백과 같이 변치 않는 마음을 지닌 김정희의 벗과 후학, 그리고 그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품을 선보인다.

김정희가 겪은 시련은 프랑스 미디어아트 작가 장 줄리앙 푸스가 제작한 7분 영상으로 만난다.

세한도를 초고화질 디지털 기기로 스캔한 영상에선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김정희의 치밀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친구 초의선사(1786~1866), 애제자 허련(1808~1893)과 주고받았던 편지, 전각가 오규일이 만든 인장들은 시련의 시기를 예술로 승화했던 제주에서의 시간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제주 전시에는 독립운동가 이시영(1869~1953)의 글씨 ‘장무상망(長無相忘)’을 추가해 김정희 예술세계의 폭넓은 계승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23일에는 추사 김정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특별 강연이 예정돼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