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박물관에 있던 조선 무신 이기하 묘지석, 충남으로 돌아왔다

입력 2022-04-04 15:10
조선 후기 무신 이기하(1646~1718)의 업적과 삶이 담겨있는 백자청화 묘지. 충남도 제공

묘소 이장 후 분실됐다 미국 미술관에서 발견된 조선 후기 무신 이기하(1646~1718)의 묘지(墓誌)가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충남역사박물관은 4일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의 ‘백자청화 이기하 묘지’ 반환 기념 유물 기증·기탁자 초청 행사 및 정기특별전 개막식을 개최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이기하 묘지 기증자인 이한석 한산 이씨 정익공파 문중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기하는 고려 말기 문신인 목은 이색(1328~1396)의 후손이자 병자호란 때 고립된 인조를 구하기 위해 싸우다 전사한 이의배(1576~1637)의 증손자다.

조선 후기 무신으로 선전관과 도총부도사, 이순신 장군이 초대로 역임한 삼도수군통제사, 현재의 경호처장 격인 내금위장, 포도대장, 훈련대장, 공조판서 등을 두루 역임했다.

1734년 만들어 묘소에 묻은 백자청화 이기하 묘지는 그의 가족사부터 무관으로서의 업적, 애국애민 행적 등이 3400여자의 해서체로 정리돼 담겨 있다.

이 묘지는 백토(白土)를 직사각형 판형으로 성형한 뒤 청화 안료로 글씨를 새기는 등 조선시대 사대부 계층이 사용한 묘지의 정형을 보여준다.

가로 18㎝ 세로 22㎝ 안팎의 크기에 총 18매로 구성됐으며 색이 선명하고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글은 이조좌랑을 역임한 조선 중·후기 문신 이덕수(1673~1744)가 썼다.

묘지는 1994년 한산 이씨 문중이 이기하의 묘소를 시흥에서 이천으로 이장할 때 수습해 보관하다 분실했다.

이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5~2016년 진행한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재 실태조사를 통해 이 미술관이 1998년 기증받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클리블랜드미술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한산 이씨 정익공파 문중 이한석 대표에게 묘지를 돌려주기로 합의했으며,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유물 관리 지정 기관으로 충남역사박물관을 추천했다.

한산 이씨 문중은 지난 2월 국내에 귀환한 묘지를 충남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오는 6월 5일까지 이기하 묘지 특별전을 진행한다.

양승조 지사는 “전국 최초로 국외소재문화재기금을 조성한 충남은 문화유산 현황 조사 및 사진전 개최, 도난 문화재 소책자 제작 등 문화유산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해외 기관 소장품을 기증받은 첫 사례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국외소재문화재를 되찾고, 도민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더 널리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