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수당 빼먹은 전남경찰 들통…수사력 한계까지

입력 2022-04-04 12:55 수정 2022-04-04 19:27
전남도경찰청 전경 <사진=전남경찰청>

검찰과 법원에 신청한 영장마다 번번이 기각되며 수사력 한계를 보이고 있는 전남경찰이 이번에는 집단으로 초과근무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하는 범죄를 저질러 검찰로 넘겨졌다.

나주경찰서 소속의 적발된 경찰관 28명 가운데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최대 2000만원까지 초과 근무 수당을 조직적으로 부정 수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초과근무를 담당하는 행정관 A씨가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28명의 경찰관 근무시간을 직접 전산에 허위로 입력하는 수법으로 수당을 챙겼다.

특히 부정 수령 금액에 따라 정직에서 파면조치까지 이뤄질 줄 알면서도 들통나지 않을 것을 자신하며 저지른 이번 범죄는 경찰의 행위라고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다.

경찰은 통상 검거한 범죄자에 대해 범행의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와 우발적인지, 계획적 범행인지를 판단해 죄의 경중을 묻는다. 이를 가장 잘 아는 경찰관들이 쌈짓돈을 챙긴 것이다.

더구나 이들의 범죄는 길게는 3년 8개월 동안 계속됐다. 범죄를 저지르는 4년 가까이 이들은 범죄자들에게 증거를 내놓고 범행을 추궁하며 구속까지 시키는 법 집행자 역할을 해왔다.

전남경찰은 앞선 지난해 3월부터 1년이 넘도록 정현복 광양시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 수사관 30여명을 투입해 시장실과 정 시장 자택, 광양시청 사무실 등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정 시장에 대한 부동산 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구속할 상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기각 사유였다.

경찰의 광양시청 관련 부서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권 무시를 당했다는 광양시청 직원들의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남성 수사관이 피의자 신분도 아닌 여직원을 화장실까지 쫓아가 “빨리 나오라”며 목청껏 수차례 이름을 부르며 윽박지르고, 사건과 별개의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또 압수수색에 나선다며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최근 5년 간 광양시청 6급·5급·4급 승진자에 대한 승진 인사자료까지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승옥 전남 강진군수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군수실과 군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공무원 20여명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였으나 결국 무리한 영장 신청이라는 초라한 결과지만 받았다.

전남경찰은 특히 가짜 주식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30대 피의자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기각하자 광주고검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이 자신들의 수사력을 자신하며 검찰 결정의 부당함을 전국에 알리는 첫 사례였다.

당시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로부터 위법하고 강압적인 수사를 당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에서 증거 능력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수사 검사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광주고검 영장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해 이 사건 피의자에 대해 영장 청구 결정을 받았으나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 주었다. 수사 경과 검토 결과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이 법리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어권이 보장돼야 하는 피의자의 인권보호는 뒷전인 채 성과주의식 무리한 수사가 영장 기각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부여받기 전에는 검찰의 사건 지휘하에 피의자에 대한 범죄 증거 확보와 공소 유지에 대한 원만한 협력 관계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도 현재보다 한결 좋았다고 일부 법률가들은 전했다.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법률 이해 정도가 매우 부족하고, 경찰의 재교육 등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