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우등생, 민주당은 낙제점…대선 이후 처음 드러난 광주민심

입력 2022-04-04 10:31 수정 2022-04-04 18:36

지난달 제20대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본거지인 광주 민심의 변화를 읽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 나왔다. 민주당 광주시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광주시민들은 대선 결과와 민주당에 대한 평가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광주광역시당(위원장 송갑석)은 4일 “지난 대선에서 투표율 전국 1위, 지지율 전국 2위를 기록한 광주시민들의 냉정한 관전평과 민심을 가감없이 듣기 위해 자체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면접조사는 광주에 사는 만 18세 이상부터 69세까지 남녀 1500명을 온라인 패널조사(정량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동일 연령대를 직업군에 따라 총 5개 그룹(그룹당 7~8명)으로 나눠 표적집단 면접조사(정성조사)를 시행했다.

이에 따른 면접조사 보고서는 △20대 대선에 대한 평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 △광주시민의 만족도 △요약 및 결론 등으로 구성됐다.

조사결과 광주시민 10명 중 8명은 이번 조사를 통해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지지한 이재명 후보가 낙선했지만 ‘투표를 후회하지 않는다(75.3%)’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 절반 이상(53.9%)은 광주의 표심이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대선 결과와 관련, 이재명 후보에는 후한 점수를 준데 비해 민주당은 비교적 낮게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가 최선을 다했다는 응답은 64.3%인 반면, 민주당이 최선을 다했다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대선 패배 요인으로는 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부동산 문제, 야권 단일화 순으로 꼽았다. 35세 이하 남성층에서는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젠더갈등을 지목했다. 소위 ‘이대남 현상’에 광주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84.82%. 윤석열 12.72%를 차지한 광주 대선 지지율에 대해서는 변함 없는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의견과 더불어 광주 표심도 변화하고 있다는 다른 의견이 공존했다.

광주시민들의 민주당에 평가에서는 호남 민심을 대변하고, 뚜렷한 정치적 이념이 있는 정당이라는 데에는 전반적으로 동의했다. 기득권에 맞서 싸운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비공감이 비슷했다. 민주당의 기득권 타파 이미지가 비교적 약화된 것이다.

‘도덕적으로 깨끗하다’와 ‘젊은 정당이다’라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잖다는 평가다. 보수정당과 가장 큰 차별을 둬야 할 부분에서 우위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과 정서적 일체감에 대한 반응은 세대별로 엇갈렸다. 2030대와 4050대의 사이에 인식의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에 바라는 점으로는 민생 현안에 대해 협치를 대부분 선택했다. 여당의 부당한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싸우는 균형 잡힌 야당의 자세를 주문했다.

5·18민주화운동이 역사적·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광주의 시민의식이 타지역보다 높고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했다. 아울러 자신이 광주시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응답도 많았다.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제20대 대선에 대한 시민들의 냉정한 평가와 민주당에 대한 가감없는 비판과 당부를 바탕으로 혁신안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