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두고 자신이 했던 발언을 ‘혐오 정치’로 비판한 보도에 대해 “사람마다 혐오를 규정하는 기준은 다르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서 “누구는 자라 보고 놀랄 수도 있고 누구는 솥뚜껑 보고 놀랄 수도 있다”며 이같이 날을 세웠다.
그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을 캡처한 사진을 공유하고 “‘경고’나 ‘독선을 버려라’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같은 발언을 문제 삼는 건 정말 열심히 문제 삼을 발언을 찾아보다가 실패한 걸 자인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가 공유한 사진에는 ‘내일도 결국 (시위) 한다고 합니다’ ‘전장연을 생각해서 경고합니다’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더이상 이걸 정당한 투쟁으로 합리화해서는 안 됩니다’ 등의 발언이 소개됐다. 스트레이트는 이 대표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제목을 ‘이준석의 혐오 정치’로 적었다.
이 대표는 이 보도에 반발하면서 “저 표현들이 문제인 거냐. (아니면) 저 표현을 장애인 단체에는 쓰면 안 된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장연을 향해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또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나경원 전 의원은 “전장연의 ‘그때그때 달라요’ 태도도 문제지만 폄훼, 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느냐”라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이번 주 전장연과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장애인 개인 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 축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당 대표가 당의 장애인 정책을 바탕으로 방송 토론에 나서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장연의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21년을 계속 싸웠다”며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의 역사가 깊은 것을 강조하고, 앞서 이 대표가 “문재인정부 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이것은 거짓”이라고 항변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