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데에는 한 후보자가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데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중용됐던 점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172석에 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총리 인준이 불가능한 만큼 민주당에게 큰 거부감을 주지 않는 ‘통합형’ 인사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경제·통상 분야 관료 출신으로서 전문성이 탁월하다는 점도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낙점한 배경으로 꼽힌다. 한 후보자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하고 주미대사를 지낸 ‘미국통’이라는 점도 인선 이유로 거론된다.
다만 올해 73세로 고령이며, 익히 알려진 인사라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단점으로 평가받는다.
한 후보자는 이날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정성 있게 인사청문회에 대응하도록 하고 그 결과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로서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호남 인사로 분류되는 한 후보자는 김영삼정부 때도 경제 관료로 승승장구했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는 더욱 중용됐다.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경제수석을 역임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까지 올랐다.
한 후보자가 경제·통상·외교 분야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점도 인선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그는 김대중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통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 후보자는 주미대사 재직했을 때 미국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후보자가 경제·통상은 물론 대미 관계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후보자가 73세로 고령인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한 후보자는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강은 지금 너무 좋다”며 “(공직 생활을) 오래 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과 위기 대응 능력이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대답했다.
2007~2008년 노무현정부에서 이미 총리직을 역임했던 것은 경륜으로도 해석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후보자는 2일 오후 7시쯤 윤 당선인과 만나 ‘샌드위치 만찬 회동’을 갖고 국정 전반과 내각 인선 문제 대해 폭넓게 의견 교환을 했다고 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한 만찬 회동은 3시간 가량 이어졌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에도 재경 전북도민회 신년 인사회에서 한 후보자와 한 테이블에 앉은 적이 있다.
당시 한 후보자는 노무현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던 경험을 언급하며 “이렇게 힘든 일은 대통령의 어젠다로 해야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이에 제주 해군기지 얘기를 꺼내면서 “노 전 대통령의 대단한 결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고 한다.
문동성 강보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