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신입 알고 보니 이사장 자녀”… 유명무실 공정채용법

입력 2022-04-03 17:37 수정 2022-04-03 17:39
국민일보DB

직원 20명 규모의 제2금융권 은행에 다니는 A씨의 일터에 지난해 계약직 직원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 자연스레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알고 보니 이들은 이사장의 자녀들이었고 정규직 취업이 내정된 상태였다. A씨는 “내정자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원한 취업준비생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의 사례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3일 공개한 ‘공정채용’ 위반 제보 사례 중 일부다. 이 단체는 취업준비생을 상대로 한 채용사기와 비리, 계약위반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공정채용법’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현행 ‘채용절차의 공정화를 위한 법률(채용절차법)’을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공정채용법’으로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공정채용법에는 친인척 고용승계나 전·현직 임직원 자녀 특혜채용 적발 시 관련자 입사를 전면 무효화하는 강도 높은 제재안이 담겨 있다. 문제는 공정채용법이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직장갑질119는 “공기업 자회사들조차 30인 미만 사업장이 많아 공정채용법이 적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채용 뒤 정당한 사유 없이 제시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직장인 B씨는 3개월 수습 기간을 마치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는 조건의 회사에 취업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난 뒤인 지난달 사측은 돌연 1년짜리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에는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조항이 적혀 있었다. B씨는 “정규직이라더니 채용사기를 당했다”고 제보했다.

이진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채용과정에서 각종 불법·부당한 행위들이 법망을 피해서 자행되어온 것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채용절차법을 공정채용법으로 개정하면서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