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한 후보자가 민주당과 접점이 많아 인준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총리 인준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되므로 172석(57.3%)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한 후보자의 고향이 어딘지, 어느 정부에서 일했는지는 우리의 고려 사항이 전혀 아니다”며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가 ‘민주당 텃밭’인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데다 노무현정부 총리를 지냈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이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이를 일축한 것이다.
원내 지도부의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한 후보자가 노무현정부 총리에 취임했던 게 무려 15년 전”이라며 “일부 중진의원과의 친분을 제외하면 민주당과 연결고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통 관료 출신인 한 후보자의 리더십이 최근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와 한반도 긴장, 기후변화를 극복할 위기 돌파형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 후보자는 관리형 인사인 데다 워낙 ‘올드보이’라 현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수진 원내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차기 정부 첫 총리는 변화된 조건에 맞는 대한민국 미래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 후보자가 총리직을 수행했던 15년 전과 달리 현재 대한민국은 신냉전 국제질서와 청년 불평등 등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 통합은 몇몇 사람들의 기용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행동이 뒤따라야만 한다”면서 “차기 정부를 향한 ‘검찰공화국’ ‘민주주의 후퇴’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가 지난 진보·보수 정권에 두루 중용됐던 점을 두고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후보자는 김영삼정부에서 통상산업부 차관, 김대중정부에서 경제수석, 노무현정부에서 총리, 이명박정부에서 주미대사, 박근혜정부에서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여러 정권을 넘나들 수 있었던 데는 한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뿐 아니라 처세술이 높게 평가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중진의원도 “한 후보자가 문재인정부 빼고는 모든 정부에서 역할을 했는데, 그게 능력인지 관운인지는 검증을 철저히 해 봐야 한다”고 별렀다.
다만 민주당이 무리한 공세에 나설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지역 한 의원은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한 후보자의 경륜과 경제 전문성이 높다는 것에는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지 않다”며 “민주당 정권에서도 일했던 사람인데 강하게 반대할 명분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