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빌려와 장사했을 정도예요.” 3일 경기도 수원 장안구에서 8년째 치킨집을 운영하는 60대 한모씨는 표정이 밝았다. 모처럼 만의 활기라고 했다. 전날 프로야구가 개막하면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온 시민들이 이곳으로 몰려와 치킨을 사 갔기 때문이다. 이 치킨집은 수원KT위즈파크 야구 경기장 건너편 200m 거리에 있다.
한씨는 “어제 예상보다 더 많은 손님이 찾아와 튀길 닭이 모자랐다”며 “1㎞가량 떨어진 2호점에서 생닭 40마리를 추가로 공수해야 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도 야구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치킨을 포장해가려는 손님들로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문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 10여명이 입구까지 줄 서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예전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한씨는 이제 다시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야 할지 고민한다고 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다소 꺾이면서 야구장 내 관중 수 제한이 사라지고 취식까지 허용되자 한씨 같은 주변 자영업자들은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치킨을 비롯한 각종 음식을 챙겨 야구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 300m 거리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금윤야(55)씨는 오랜만에 재료가 다 떨어져 급하게 추가 발주 고민을 하고 있었다. 금씨는 지난 3년간 매출이 급감하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을 전부 그만두게 했다. 일부러 야구에 대한 관심도 끄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이번 시즌부터는 다시 매장 내 TV에 야구경기 중계를 틀어 놨다. 그는 “5일까지는 충분히 사용할 것으로 보고 넉넉하게 재료를 준비했는데 오늘 저녁 장사를 하면 다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 주문을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주변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간 듯 들뜬 분위기였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주말에 근무할 아르바이트생 1명을 최근 새로 뽑았다. 박씨는 “포장 손님도 늘고 경기 후에는 홀을 찾는 손님도 많아졌다”며 “장사하는 우리도 확실히 힘이 난다”고 했다.
반면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10개 구장 가운데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의 경우는 실내에서 경기가 치러진다는 이유로 여전히 취식이 금지됐다. 취식 재개 소식에 서둘러 영업을 준비했지만 하루 만에 제외 통보가 날아왔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취식이 허용됐다가 다시 내일부터는 안 된다고 한다. 이건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이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봄꽃 축제들도 재개되면서 인근 상권에도 활기가 도는 기색이다. 서울 영등포구는 오는 9일부터 여의서로 벚꽃길 인근의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3년 만에 시민들에게 부분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봄꽃 축제 공식 행사는 따로 열리지 않지만 개별적으로 꽃 구경에 나선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상인들은 기대한다.
여의도 주변 상권도 ‘대목’을 준비 중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의 한 카페는 영업시간을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로 연장했다. 주말 근무자도 기존 1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이 카페 직원은 “꽃 구경 인파가 가장 많이 찾아온 2018년의 경우 하루 매출이 300만원까지 나왔었다”며 “올해도 그 정도 수준을 기대하면서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일 이의재 기자, 수원=성윤수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