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이나 당선인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민 통합을 향한 윤 당선인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4·3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라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가슴에 동백꽃 배지를 달았다. 동백꽃은 4·3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 갔음을 뜻하는 4·3의 상징이다. 윤 당선인은 추념사 낭독 후 유족들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윤 당선인의 추념식 참석은 대선 후보 시절 약속을 지킨 것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제주를 찾았을 때 추념식 참석과 관련해 “당선인 신분이 되면 다시 오겠다”고 말했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오늘 원래 총리 후보자 인사 발표가 오전에 있어야 되는 건데, 유족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영령들을 기리는 게 당선인에게는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이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건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세 차례 참석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추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4·3에 있어 전향된 행보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던 보수 정당 출신의 대통령 당선인의 방문이었기 때문에 (유가족 보상 등이) 앞으로 급물살을 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