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5년간 홀대받은 KDI, 김현숙·윤희숙 중용에 위상 바뀌나

입력 2022-04-04 06:01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5년간 침체기를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고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즐비하지만 자부심은 예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KDI가 문재인정부에서 홀대를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푸념이 들린다. 내부에서는 차기 정권이 KDI의 위상을 재고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크다. 구성원들의 ‘기’가 살아야 일도 잘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KDI 홀대는 방문 기록을 통해 엿볼 수 있다. 3일 KDI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집권 기간 동안 KDI를 공식 방문한 적이 없다. KDI 원장을 국무회의에 부르거나 KDI 주최 행사에 참석한 기록도 찾아볼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주류 경제학을 전공한 연구 인력들 방향성과 정부 경제정책방향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KDI를 중용할 리 만무하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2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며 KDI가 작성한 ‘비전 2011 보고서’를 경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예 KDI에서 비상경제자문회의·국민경제자문회의를 각각 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국무회의에 KDI를 소환하지는 않았다. 대신 재정경제부와 KDI가 공동주최한 ‘참여정부 1주년 기념 국제회의’에 참석하며 힘을 실었다.

이런 대비되는 행보는 문재인정부 들어 연구 인력들의 기를 꺾어 놓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KDI 관계자는 “젊은 박사들 사이에서 ‘조세재정연구원보다 월급까지 적다’는 얘기마저 나온다”고 전했다.

새정부가 분위기를 바꿔줬으면 하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대감을 키울 만한 요인도 있다. KDI 출신인 김현숙 숭실대 교수가 정책 특보로 임명되고 윤희숙 전 의원은 초대 경제수석으로까지 거론된다. 또 다른 KDI 관계자는 “젊은 박사들이 ‘KDI가 국내 최고 국책연구기관이다’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신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KDI를 부르거나 공식 방문만 해도 위상이 재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