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정가로 평생을 살아온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현 웅진재단 이사장)이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책으로 묶었다.
“오늘날 K-팝, 시네마, 드라마, 게임, 웹툰 등 한류문화의 물결이 오대양 육대주에 너울성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다. K-컬처 힘의 원천은 가무를 즐겨 온 한민족의 문화유전자, 정과 신바람의 한국심, 과학적인 한글과 IT강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코리아 르네상스 세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화 르네상스에 대한 감격으로 시작되는 신 전 차관의 책 ‘천년의 소리’(웅진지식하우스)는 현재의 K-컬처 담론에서 결손된 문화행정의 역할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1970년대 문화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홍보조정관, 대통령 문화체육비서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대통령자문 새천년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자문위원장 등을 지내며 50년 넘게 문화행정의 현장에 있었다.
책에는 초대 문화부의 문화정책국장으로 이어령 장관과 함께 일했던 경험, 1988 서울올림픽 개최 당시 분주했던 상황, 2002 월드컵 유치 비화 등 문화행정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들에 대한 뒷얘기가 가득하다. 특히 저자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문화행정을 높게 평가하면서 지난 30여년간 그를 멘토로 삼아왔다. 이 전 장관은 생전에 이 책에 대해 “오늘날 한류를 비롯해 한국 문화가 세계의 백조로 떠오르고 있는 그 뒤에는 30년 동안 줄곧 나와 함께 일해 온 신현웅과 같은 문화 관료의 피와 땀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추천사를 남겼다.
저자는 책에서 가요, 발레, 미술, 영화, 클래식, 스포츠 등을 두루 다룬다. 국내외 유명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 책은 회고담에 그치지 않는다. 문화행정의 새로운 과제들에 대해서도 열정적으로 논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이민 확대가 답이다’라는 글에서는 “외국인이 와서 살기 좋은 열린 사회, 다문화 사회”를 인구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국내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을 존중하고 이들의 문화를 통해 한국 문화를 살찌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양성과 포용력은 오늘의 시대정신’, BTS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하라는 내용을 담은 ‘타오르는 방탄 불꽃을 끄지 마오’ 등의 글도 주목할 만하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