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처벌 사실을 숨긴 군인이 뒤늦게 적발됐지만 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미 징계 시효가 지난 뒤였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육군 부사관 A씨가 소속 사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6월 혈중알코올농도 0.13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동승자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고, A씨는 네 달 뒤 법원에서 벌금 400만원의 약식 명령을 확정 받았다.
당시 육군 규정에는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 상급자에게 해당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A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A씨가 형사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은 4년이 지난 2019년 11월에야 감사원 통보로 알려졌다. 사단장은 A씨가 육군 규정상 보고조항 등을 위반했다는 사유를 들어 뒤늦게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징계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군인사법상 3년으로 정해진 징계시효가 지났으므로 보고의무 위반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사단장은 2019년 11월 감사원 통보로 A씨가 형사처분을 받았던 사실을 알게 됐고 그로부터 약 40일 후 이뤄진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시효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징계시효는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기산되는 것”이라며 “징계권자가 징계사유를 알게 됐을 때부터 기산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징계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