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정상석들, 헬기로 원위치? 당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입력 2022-04-03 15:06
경기 남양주시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이 사라지고 남은 흔적. 남양주시청, 뉴시스

최근 수락산 등 경기 북부권의 산봉우리 정상석들을 재미 삼아 훼손해 낭떠러지로 추락시킨 20대 남성이 붙잡혔다. 경찰과 행정당국은 정상석 처리 방안을 고심 중이다.

3일 경찰과 행정당국에 따르면 대학생 A씨(20)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수락산·불암산의 봉우리 5개 정상석을 훼손해 인근 야산에 버리고, 기차바위 안전로프 6개를 모두 자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사건 발생 지역 인근 탐문을 통해 A씨를 붙잡았다.

각 봉우리 아래 비탈로 떨어진 정상석은 성인 남성 2명이 함께 들어 올려도 꼼짝 않을 무게다. 다수의 사람이 동원되더라도 정상석이 굴러 떨어진 지점이 일반 산길이 아닌 8~9부 능선 험한 비탈이기에 운반을 시도하다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행정당국은 헬기를 동원해 정상석을 제자리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과도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해 당국은 A씨에 대한 처벌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할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안전로프는 의정부시, 수락산 주봉 정상석 등은 남양주시, 그 외 일부 정상석은 국내 민간 산악회 등이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정상석을 훼손한 특별한 동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등산을 시작했다는 A씨는 경찰에 “무심코 정상석을 밀어봤는데 움직이길래 굴려 떨어뜨리기 시작했다”며 “그 뒤 맨손으로 안 움직이는 정상석은 쇠 지렛대 등을 들고 다니며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의 힘으로 비석이 굴러 떨어지는 모습에 희열을 느껴 범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수 등산객과 시민들은 ‘만약 사람이 봉우리 아래 있었더라면 굴러 떨어지는 정상석에 맞아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위험이 크다’며 강력한 혐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