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직격하며 “남조선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위임’이라는 표현은 이번 위협에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겼음을 암시한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행동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지난 1일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 대결 광기를 드러냈다”며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25일 이후 반년 만에 대남 비난 담화를 재개한 김 부부장은 서 장관을 향해 ‘미친놈’ ‘쓰레기’ ‘대결광’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맹비난했다.
서 장관은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 정밀 타격’은 보수 정권 시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구축한 ‘3축 체계’ 중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KMPR)’을 가리킨다. 그동안 북한을 자극할까 봐 관련 언급을 피했던 문재인정부에서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선제타격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비서도 별도 담화를 내고 “남조선 군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 군을 괴멸시키는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라는 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위 조절을 한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언급하지 않은 점을 미뤄 새 정부 길들이기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북한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담화를 실었다는 점에서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 책임 있는 당국자의 의지에 따라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걸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이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한 만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등을 빌미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 관광국을 폐지하거나 남북 통신연락선 재단절,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선전매체 차원의 비난을 넘어 ‘강대강’ 대결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이전인 2017년 대결 상황으로 돌아가는 수준이 아닌 최악의 남북 관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차기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분위기에 편승해 현 정부까지 강경일변도의 군사적 압박 메시지를 계속 내놓으면 북한의 초강경 대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각에선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계없이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이라는 고강도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