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벌금 4년 숨긴 군 행보관…징계 어렵다, 왜?

입력 2022-04-03 10:03 수정 2022-04-03 12:33

육군 상사가 음주운전 형사 처벌 사실을 숨겼다가 뒤늦게 군 당국에 적발됐지만 징계 시효 3년이 지나 징계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육군 모 부대 행정보급관 A씨(상사)는 지난 2015년 6월 혈중알코올농도 0.139%의 만취 상태로 약 2㎞를 운전하다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그는 같은 해 10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사건 당시부터 처벌을 받을 때까지 수사기관 등에 군인 신분인 것을 밝히지 않았다. 부대 지휘관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 같은 행위는 징계권이 있는 직속 지휘관에게 민간 사법기관 처분 사실을 즉시 보고하도록 한 육군규정 보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부사관 진급 여부 결정을 위해 처벌 내용을 보고하게 한 육군참모총장 지시도 어긴 것이다.

A씨 소속 사단장은 뒤늦게 감사원의 통보를 받고 그의 처벌 전력을 알게 됐다. 사단장은 지난 2019년 말 징계위원회 권고에 따라 보고 누락 등 복종의무 위반(지시불이행)으로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부사관인사관리규정 등이 규정한 보고 의무에 따라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군인사법상 3년으로 정해진 징계시효가 지났으므로 징계 사유가 없다며 징계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1심과 2심에서는 패소했다. 1심과 2심은 징계 시효는 약식명령 확정 사실을 보고한 시점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애초 A씨가 보고를 하지 않았으니 징계시효가 2019년에도 유효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소속 사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의 보고 누락이 있던 때 이미 징계 사유가 발생했으므로 징계시효 역시 그 시점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징계시효가 기산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음주운전으로 인한 약식명령을 보고하지 않은 시점부터 이미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징계 시효도 종료됐다는 판단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