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결승전 마지막 세트에 깜짝 픽 아크샨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패배했다.
젠지는 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T1에 1대 3으로 패배했다. 첫 세트를 내준 뒤 2세트를 가져와 세트스코어를 동점으로 되돌렸으나 이후 두 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젠지가 마지막 4세트에 띄운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다. T1과 ‘제우스’ 최우제가 케넨을 고르자 이에 맞서 젠지와 ‘도란’ 최현준은 ‘비밀병기’ 아크샨을 꺼내 들었다. 아크샨은 라인전 능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챔피언이다. 탑라인을 비롯한 상체 쪽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최현준이 게임 시작 후 3분 만에 탑 갱킹을 당해 젠지 픽의 의미가 퇴색됐다. 소환사 주문으로 ‘순간이동’이 아닌 ‘점화’까지 선택했던 최현준이었기에 더 치명적인 데스가 됐다. 최현준이 걸어서 라인으로 복귀하는 동안 미니언들이 포탑에 쓰러졌고, 아크샨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에도 T1은 노골적으로 최현준이 지키던 젠지 탑 1차 포탑을 노렸다. 7분쯤 ‘오너’ 문현준(비에고)에 ‘페이커’ 이상혁(아리)까지 합세해 탑 다이브를 시도했다. 최현준이 ‘점멸’까지 사용해가며 도주하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곧 두 번째 데스를 기록했다. 탑라인 구도가 무너졌다.
유미를 선택하면서 바텀 주도권을 포기했던 젠지로선 상체에서 반드시 주도권을 얻어내야 했다. 그러나 ‘쵸비’ 정지훈(라이즈)과 ‘피넛’ 한왕호(리신)는 ‘케리아’ 류민석(쓰레쉬)의 로밍에 발이 묶여 최현준을 돕지 못했다. 상체 주도권의 상징과도 같은 협곡의 전령 사냥을 오히려 T1이 시도했고, 큰 어려움 없이 성공했다.
11분쯤 홀로 우직하게 미드를 지키던 정지훈이 T1의 매복 플레이에 당해 쓰러졌다. 한동안 류민석의 집요한 로밍에 잘 대처해 오던 그였으나 결국 정교한 노림수에 당했다. 이후 스노우볼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굴러갔다.
12분쯤 문현준이 탑 1차 포탑 앞에 협곡의 전령을 소환해 아크샨을 2차 포탑 앞으로 내쫓았다. 16분쯤 착실하게 CS를 챙기며 성장한 최우제가 젠지 바텀 듀오(자야·유미) 상대로 더블 킬을 따냈다. 마침내 27분, T1이 복수의 킬과 함께 젠지의 넥서스를 부쉈다. T1이 ‘V10’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