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의힘 박진(66) 의원과 조태용(66) 의원으로 압축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두 의원을 2배수로 올려놓고 막판 인사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명 제청권을 가진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 외교부 장관 등의 인선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낸 ‘미국통’ 4선 현역 의원이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조 의원은 박근혜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역임한 초선 의원이다.
두 의원 중에서 누가 외교부 장관을 맡더라도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문재인정부와는 180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내 ‘외교통’으로 꼽히는 두 의원을 외교부 장관 후보로 압축한 것을 놓고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삼각 공조 재건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에서 최악으로 빠진 한·일 관계와 관련해 한·일 신뢰 회복을 위해 본격적인 대화 재개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정부는 남북 관계를 최우선시했던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수술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 의원과 조 의원은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을 이끌고 3일 방미길에 오른다. 7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에서 박 의원은 단장을, 조 의원은 부단장을 각각 맡았다.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은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폭넓게 만나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인수위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박 의원과 조 의원으로 압축됐다”면서 “윤석열 당선인은 박 의원과 조 의원의 외교분야 전문성과 폭넓은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재건을 통한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가 윤석열정부 외교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떠오른 ‘경제 안보’ 이슈에서 한·미 간 강한 협력 관계 구축도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또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일 관계 복원 시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에서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 그리고 한국의 반격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한·일 관계는 갈등 국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북한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일 관계 정상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다만, 한·일 관계 복원은 한·일 모두의 상호 노력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남북 관계는 원칙 있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관측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쇼는 안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77년 제11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김영삼정부에서 중용돼 청와대 공보비서관·정무기획비서관 등을 지냈다. 박 의원은 청와대 근무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통역을 맡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계에 입문해 16∼18대 서울 종로에서 당선됐고, ‘미국통’으로 활약했다. 2008년에는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경험도 있다.
21대 총선 때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돼 4선 고지를 밟았다.
조 의원은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1980년 제14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평생을 외교관으로 살았다. 외교부에서 1차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의전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내면서 외교안보 현안을 깊숙이 다루기도 했다. 또 6자 회담 수석대표 등을 맡아 북핵 협상 경험도 풍부하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조 의원은 외교부 재직 시절 온화하고 부드러운 품성으로 후배들의 신망이 높았다. 21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정현수 김영선 이상헌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