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유튜브 보는데 왜 탄소가 나올까? [에코노트]

입력 2022-04-02 18:00
게티이미지뱅크

주말에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도 하루가 ‘순삭’이죠. 터치 한 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인터넷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너무 익숙해서 잊기 쉽지만, 우리가 인터넷으로 접하는 모든 정보는 어딘가 저장된 ‘데이터’입니다. 스마트 기기를 쓴다는 건 서버에서 데이터를 끊임없이 내려받는 것과 마찬가지라 필연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약 49억명. 이들이 정보를 검색하고,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어느 정도일까요? 온라인 시대에 조금이나마 탄소 배출을 줄일 방법이 있을까요? [에코노트]가 알려드립니다.

24시간 ‘데이터센터’+냉각장치… 세계 온실가스 3.7%

인터넷 데이터는 각 나라, 각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저장돼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500분 분량의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방대한 콘텐츠를 저장하려면 그만큼 거대한 용량의 서버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전력이 필요하겠죠.

데이터센터는 365일,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뜨겁게 가열된 기기를 식혀주는 냉각장치가 필요합니다. 데이터센터 자체 전력에 냉각장치의 전력까지 합쳐져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되는데요. 프랑스 환경단체 ‘시프트 프로젝트’는 인터넷 시스템을 유지하느라 배출하게 된 탄소량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를 차지한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도 2029년까지 193개소의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전국 데이터센터 전기공급 및 사용예정 현황’에 따르면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기계약용량은 약 14.7GW(기가와트)입니다. 신고리 4호기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이 1.4GW인데, 이런 원전이 10개 이상 필요한 규모입니다.

① 스트리밍 대신 다운로드, 화질은 낮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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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안 쓰고 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의외로 아주 사소한 방법으로 환경을 지킬 수 있습니다. 대신 습관을 들이기까지 노력이 조금 필요합니다.

우선 자주 보고 듣는 동영상과 음악은 스트리밍 대신 다운로드한 뒤 이용해주세요. 스트리밍은 데이터를 잘게 쪼개서 전송하고, 전송 즉시 재생하는 기술입니다. 기기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스트리밍할 때마다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데이터를 새로 받아야 합니다.

시프트프로젝트는 1시간 동안 온라인 동영상을 스트리밍할 때 약 0.4㎏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추정했습니다. 한국 기후환경네트워크가 만든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보면 6.5㎏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소나무 한 그루가 필요한데요. 16시간 정도 동영상을 스트리밍하면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기기 용량이 부족해서 도저히 다운로드를 할 수 없다고요? 그럼 스트리밍을 할 때 동영상 화질을 한 단계 낮춰보세요. 4K는 HD보다 에너지가 30% 더 필요합니다. 자기 전에는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 동영상이 자동으로 종료되게 한다거나, 유튜브의 ‘자동 재생’ 같은 기능을 꺼두는 것도 불필요한 데이터 소모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즐겨 찾는 동영상 목록이나 음악 리스트를 만들어두면 매번 검색할 때 사용되는 데이터를 아낄 수 있겠죠.

② ‘안 읽은 메일’ 가득…이메일함, 미련 없이 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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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은 의외로 온라인 탄소배출의 주범입니다. 이메일을 하나 보낼 때 나오는 탄소는 보통 4g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팸메일은 0.3g 정도, 대용량 첨부파일이 들어있다면 50g 정도로 배출량이 늘어납니다. 2020년 우리나라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은 ㎞당 97g이었는데요. 메일 25건을 보내면 자동차 1㎞를 운전한 것과 같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셈입니다.

메일함을 정리하지 않으면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에너지도 계속 소모됩니다. 스팸 메일, 읽지 않은 메일, 삭제하지 않은 메일이 모두 서버에 남아있으니까요. 환경단체 굿플래닛은 만약 모든 사람이 이메일 중 10개만 삭제한다면, 172만5000GB(기가바이트)의 저장공간을 확보하고, 약 5520만㎾(킬로와트)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더이상 받고 싶지 않은 메일은 ‘수신거부’하고, 메일함을 주기적으로 비우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위한 중요한 실천이 됩니다. 메일함을 열 때마다 ‘999+’ 같은 숫자에 무감각했다면, 이번 주말에 큰마음 먹고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③ 무의미한 새로고침 줄이기… ‘즐겨찾기’ 생활화

검색 엔진을 이용할 때에도 당연히 탄소가 배출됩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선별해서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니까요.

구글은 자체 분석을 통해 평균적인 서비스 사용자(매일 25건을 검색하고, 유튜브를 60분 시청하며, 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고, 다른 서비스 중 일부를 접속하는 사람)은 하루에 8g 미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추정했습니다.

다만 검색을 할 때마다 환경이 얼마나 오염되는지 계산하는 건 상당히 까다로운 일입니다. 검색하는 플랫폼도 워낙 다양하고, 인터넷 창을 여러 개 켜놓는다거나 새로고침을 자주 하는 등 이용자의 습관에 따라서 탄소 배출량은 달라질 겁니다.

그래서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은 ‘즐겨찾기’ ‘북마크’ 같은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말합니다. 불필요한 검색을 줄이고 필요한 정보를 바로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검색 기록을 남기지 않는 ‘개인정보 보호 모드(시크릿 모드)’도 추천합니다. 인터넷 발자취는 우리도 모르게 쌓이는 또 다른 데이터니까요. SNS를 할 때 수시로 스크롤을 내려 새로고침하는 습관을 줄이는 것도 환경에 도움이 될 겁니다.

인터넷 세상은 아무런 대가 없이, 무한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메일 하나 지우기. 동영상 제시간에 종료하기. 스마트 기기는 저전력 모드로 사용하기. 이런 것부터 한번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대가 없는 편리함은 없으니까요. 작고 사소한 실천 하나가 온라인 시대에 가장 필요한 변화입니다.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