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40주년을 맞은 원년 구단 두산 베어스 레전드 4인방이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한화와의 경기에 앞서 승리기원 시구를 진행했다. 시대별 스타로는 1980년대 ‘불사조’ 박철순, 1990년대 ‘미스터 OB’ 김형석, 2000년대 ‘홍포’ 홍성흔, 2010년대 역대 최고 외국인선수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가 각각 나서 홈 팬들의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경기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업적을 남긴 두산 후배들을 격려하고 새 시즌 선전을 기원했다. 박철순은 “당연히 (가을야구에) 올라올 거라 생각하니 정규시즌을 오히려 잘 안 보게 된다”며 “(두산은) 한국 프로야구에 정말 필요한 구단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대견함을 드러냈다. 홍성흔은 “‘두산이 두산했다’라는 게 정답 같다”며 “트레이드 타이밍이나 2군에 대한 관심이나 프런트에서 일을 정말 잘 하고 선수들을 정말 잘 뽑는다”고 분석했다. 니퍼트가 “조금 다르게 선수 입장에서 졌을 때 실망하는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하자 박철순 등 레전드 선배들은 박수로 동감을 표했다.
선수 시절 김태형 감독을 회상하며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박철순은 “투수 리드도 잘했지만 포용력이 있었다. 그 시절 소주 한잔 하면서 ‘은퇴하면 좋은 지도자가 될 거다’라고 덕담 했었다”며 김 감독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곧바로 “제가 나이 먹고 힘들어할 때 (포수였던 김 감독이) 올라와서 한참 선배인 저한테 욕하고 그랬다”면서 “‘던지기 싫어요?’ 물어봐서 ‘아니야’ 그러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폭소를 터뜨렸다. 김형석은 “초중고등학교 후배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재밌는 친구였고, 프로 와서 함께 해보니 머리가 좋고 센스가 남다른 포수였다”고 기억했고, 홍성흔은 “공사가 분명해 엄격할 땐 엄격하고 아우를 땐 아우르는 걸 정말 잘 하신다. 정말 곰 탈을 쓴 여우”라고 표현했다.
두산의 전력이 앞선 시즌에 비해 약화됐다는 우려에 대해선 구단 프런트의 절묘한 팀 운영, 명장 김 감독의 존재감, 기본기가 착실한 팀 전력이 있기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박철순은 “든든한 김 감독은 물론 베어스 프런트가 팀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했고, 김형석은 “두산 팀 컬러 자체가 선수끼리 유대관계가 좋고 승부욕이 남다르다”면서 “전력이 약화됐다해도 제 생각에 기본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흔은 “2군 선수육성은 두산이 최고”라며 “백업 선수들 뒷받침이 올해 성적을 가늠할 것”으로 봤고, 니퍼트는 “어린 선수들은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언제 어떤 상황에서 투입될 지 모르는 어린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두산 선수로서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는 ‘1982년도 원년 우승’(박철순), ‘1995년도 원년 이후 첫 우승’(김형석), ‘포수로 활약했던 2001년도 우승 결정 6차전’(홍성흔), ‘우승 이후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한 해를 회상했던 순간들’(니퍼트)을 꼽았다.
두산과 한화가 맞붙은 개막전 두산 선발투수는 로버트 스탁, 선발 라인업은 허경민(3루수)-안재석(유격수)-호세 페르난데스(지명타자)-김재환(좌익수)-양석환(1루수)-김인태(우익수)-박세혁(포수)-강승호(2루수)-정수빈(중견수)로 꾸렸다. 한화는 선발투수 김민우, 선발 라인업은 정은원(2루수)-최재훈(포수)-마이크 터크먼(좌익수)-노시환(3루수)-하주석(유격수)-김태연(우익수)-노수광(지명타자)-정민규(1루수)-이원석(중견수) 순으로 나선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