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공판서 ‘김건희 계좌’ 언급… 檢 ‘주가 방어’ 문자 공개

입력 2022-04-02 07:05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배임 혐의를 받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요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공판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 사건에 가담한 증권사 직원이 권 전 회장으로부터 주가 하락을 방어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을 매수한 기록이 법정에서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권 전 회장 등 9명의 공판에서 검찰은 김 여사 계좌를 두고 권 전 회장과 전직 증권사 직원 김모씨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증거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7월 권 전 회장에게 문자를 보내 ‘혹시 주변에 물 타실 분이 있으면 방어라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말까지 주가조작을 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권 전 회장에게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점에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수개월 전 8000원대에서 급락한 3000원대였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때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1500주가 거래된 기록을 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김건희 명의 계좌로 1500주를 매수한 것은 권오수 피고인이 증인의 요청에 따라서 주식을 매수해 준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씨는 “제가 (주가방어 부탁)문자를 보냈으니까 샀겠죠”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김 여사 계좌를 통해 이뤄진 주식 매수에 대해 “수량이 1500주면 500만원 정도”라며 “저것 가지고 (주가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계속 조금씩 사서 보태준 모양새가 난다”고 맞섰다.

검찰은 또 김 여사의 계좌로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며 거래 체결 내용을 공개했다. 블록딜은 주식 보유자가 사전에 매수자를 구해 주식 다량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이 당시 증권사 직원으로서 블록딜 거래를 성사시킨 김씨에게 이 같은 방식으로 매매를 체결시킨 이유를 추궁했다. 그러자 김씨는 “매수인이 주식을 싸게 사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권 전 회장을 비롯한 다른 공범들에 대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권 전 회장으로부터 ‘고객 계좌를 이용해 주가 부양이나 주가 관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은 김씨 등 이른바 ‘선수’들이 먼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구매한 뒤 권 전 회장에게서 들은 내부 정보를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과 지인들에게 흘리며 매수를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서 ‘전주’(錢主)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주가조작 혐의 일부에 사용된 사실이 법정에서 확인된 상태다. 검찰은 관련 의혹을 아직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주가조작에 적극 개입해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했다고 볼 수 있는 인물들을 추려서 5명은 구속기소했다. 시세조종 주문을 낸 혐의를 받는 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