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봄배구 동화’ 계속 “PO도 어떻게든 승리”

입력 2022-04-02 04:05

6번의 패배를 1번의 승리로 모두 복수했다.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이 ‘천적’ 우리카드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한국전력의 사상 첫 ‘봄 배구’ 승리다.

한국전력이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우리카드를 3대 1(30-28, 25-18, 25-22, 25-19)로 꺾고 PO에 진출했다.

시즌 전적도, 체력도 모두 한국전력의 열세였다.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우리카드 6전 6패 절대 열위인 데다 승점 1점도 따지 못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27일 경기 후 4일을 쉬었지만, 한국전력은 30일 경기 후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섰기 때문에 체력 여유도 적었다.

하지만 단판 승부에선 모두 의미가 없었다. 리그 최종전에서 포스트시즌 막차 티켓을 극적으로 획득한 한국전력의 기세가 매서웠다. 최근 5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한 한국전력은 5시즌 만에 진출한 ‘봄 배구’에서 ‘즐기는 배구’로 우리카드를 꺾었다.

베테랑 활약이 돋보였다. 1세트 16-19로 뒤지던 한국전력은 박철우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고 이 카드가 유효했다. 박철우는 다시 교체 전까지 블로킹 2개를 포함 총 3점을 올리며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박철우는 이날 14점(공격성공률 50%)를 기록하며 공격의 한 축을 맡았다.

신영석 역시 11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83.33%에 달했다. 블로킹과 서브가 각각 3개씩이다. 신영석은 “지난 해부터 봄 배구를 너무 하고 싶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했다”며 “간절했고 정말 보여주고 싶었다. 제 한계가 어디까지 끝일지 모르지만 오늘처럼 형들 후배들 믿으면서 PO도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후배들도 함께 힘을 냈다. 이번 시즌 리그에 자주 출전하지 못했던 리베로 이지석은 이날 깜짝 출전, 리시브효율 65.22%로 수비를 책임졌다. 이지석은 “이전 경기부터 감독님이 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준PO라서 투입되지 않을 거라 했다”면서도 “공 하나만 잘 받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지석이가 1년 내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중요한 경기에 자기 역할 충분히 했고, 우리 팀에는 지석이처럼 준비된 선수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서재덕은 17점(공격성공률 46.88%)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을 책임졌다.
서재덕은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두 번 다 졌지만 든든한 형들이 있어서 정말 자신있었다”며 “팬들이 기대해주신 만큼 오늘 경기처럼 앞만 보고 달리겠다. PO도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범실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카드는 이날 총 31개의 범실을 했다. 반면 한국전력은 15개에 그쳤다. 우리카드는 레오가 양 팀 최다득점인 24점(공격성공률 53.33%), 나경복이 16점(51.61%)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으나, 범실을 2배 이상 범하면서 경기를 내줬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감독으로서 처음 맞이한 포스트시즌에서 첫 승을 거뒀다. 장 감독은 “창단 이래 플레이오프 첫 승일 것”이라며 “기록 세워 의미가 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모레 KB손해보험과의 PO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PO에 진출한 한국전력은 3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KB손해보험과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기존 3전 2선승제였던 PO는 코로나19로 인해 단판승부로 축소됐다.

시즌 전적은 KB손해보험이 한국전력에 1승 5패로 열세다. 하지만 한국전력 역시 우리카드에 시즌 6전 6패를 겪고도 준PO에서 승리해 PO에 진출했기 때문에 쉽게 승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PO에서 기다리고 있는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그 중심엔 ‘말리 폭격기’ 노우모리 케이타가 있다. 케이타는 2021-2022 시즌 6라운드 중 1·3·4·6라운드에서 MVP를 수상, V리그 역대 최초로 한 시즌 4회 라운드 MVP 수상 대기록을 썼다. 또한 한 시즌 역대 최다인 1285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도 케이타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후 감독은 앞서 “우리에게는 케이타가 있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단판으로 끝나는 시합에는 한 방이 있는 팀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단판승부는 알 수 없다”며 “체력적으로 데미지가 크지만 저희 팀에는 큰 경기에 강한 선수가 많다”고 맞불을 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