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훈련기 공중 충돌…탑승자 4명 전원 순국

입력 2022-04-01 18:48
1일 오후 1시 36분께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 한 들판 인근에 공군 훈련기 KT-1이 추락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훈련기 파편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인근 옥정 마을 주차된 차를 파손한 모습. 연합뉴스

공군 훈련기 2대가 경남 사천에서 공중 충돌해 교관과 학생조종사 등 탑승자 4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군은 1일 “오후 1시32분쯤 공중비행훈련을 위해 사천기지(공군 제3훈련비행단)를 이륙한 KT-1 훈련기 1대와 이어서 계기비행으로 이륙한 다른 KT-1 훈련기 1대가 1시37분쯤 기지 남쪽 6㎞ 지점 상공에서 충돌해 추락했다”고 밝혔다. 충돌로 훈련기 2대에 탑승한 학생조종사(중위) 2명과 비행교수(군무원) 2명 등 4명이 숨졌다. 공군은 “훈련기 2대에서 모두 비상탈출이 이뤄졌지만 탑승자 전원이 순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진행된 계기비행 훈련은 야간이나 기상 악화 등으로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기판만 보고 조종하는 능력을 숙달하기 위한 훈련이다. 조종사가 직접 육안으로 지형지물이나 주변 항공기를 파악하는 시계비행과 달리 조종석 계기판에 의존해 항공기의 자세와 고도, 위치 및 방향을 측정해 비행한다.

훈련기가 추락한 곳은 경남 사천 정동면 옥정마을에서 1㎞ 떨어진 야산 중턱이다. 훈련기는 공중에서 충돌 직후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기 잔해가 인근 마을에 떨어지면서 마을 교회에 화재가 발생하고 민가에 주차된 승용차 등이 파손됐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헬기 2대를 포함한 장비 28대와 인력 133명을 현장에 투입해 사고를 수습했다. 공군은 신옥철 공군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1일 오후 1시 32분께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이륙한 KT-1 훈련기 2대가 비행기지 남쪽 약 6km 지점 상공에서 공중충돌해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사진은 훈련기 사고 당시 충돌 여파로 인해 훈련기에서 검은 연기가 퍼지는 모습. 연합뉴스

KT-1은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된 최초의 국산 훈련기로 2000년 8월부터 실전 배치됐다. 전투기 조종사 후보생들이 기초 조종술 숙달을 위해 활용하는 복좌(2인승) 훈련기다. 전방석에는 조종학생이, 후방석에는 교관이 탑승한다.

KT-1은 2003년 11월에도 비행교육 훈련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당시 조종사 1명이 숨졌다. 당시 엔진 등 기체결함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공군은 조종사의 엔진 전자제어장치 스위치 조작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2016년엔 3월에는 학생조종사가 몰던 KT-1이 비행훈련 도중 엔진이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조종사가 48㎞가량을 활공비행해 무사히 착륙했다.

국내는 아니지만 KT-1이 공중 충돌한 사고는 2015년에도 있었다. 2015년 3월 말레이시아 북부 랑카위 국제공항 인근 상공에서 인도네시아 공군 소속 KT-1 훈련기 2대가 충돌해 추락했다. 훈련기 2대에 타고 있던 조종사 4명은 추락 직전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