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로 논란을 일으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담당 심사관을 지정해 통신자료 수사에 대한 사전·사후 심의를 실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공수처는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에 따른 비판은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조회 자체는 적법하며 수사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반론도 덧붙였다.
공수처는 1일 통신수사 실태 점검 및 심의 결과 ‘통신자료 조회 개선안’을 마련,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우선 공수처는 인권수사정책관을 ‘통신자료 조회 심사관’으로 지정, 통신자료 조회 수사에 대한 사전·사후 통제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인권수사정책관은 통신자료 조회의 필요성·상당성·적정성을 심사하고, 격월로 열리는 수사자문단 회의에서 조회 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단체 채팅방 등에서 여러 명을 대상으로 일정 횟수 이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할 경우 전결 권한은 검사에서 부장검사로 높아진다.
통신자료 조회 대상 범위를 축소하기 위한 첨단 프로그램도 내달 중 도입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수사 대상자의 통화 내역 등을 정밀 분석해 통신자료 조회가 필요한 사람을 추려내는 식이다.
아울러 통신 수사를 할 때 검사 수사관들이 숙지해야 할 업무 절차를 규정한 ‘통신자료 조회 점검 지침’(예규)도 제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공수처는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와 그들의 가족에 대해 통신 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고, 야당 의원과 일선 검사, 민간인 등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인적 정보를 뜻한다.
공수처는 논란이 불거지자 통신 수사 기법을 활용한 사건을 전수 점검하고 수사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그 결과 동일인 중복 조회, 단체 채팅방 참여자 여러 명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수사부서별 조회 기준의 상이함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공수처는 이같은 통신자료 조회가 ‘불법 사찰’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반론을 폈다. 공수처는 보도자료 중 ‘참고’ 부분에서 “통신자료 조회 자체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한 적법 조치”라며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해 당사자에게 비공개 출석이나 자료 제출을 요청하기 위해선 조회를 해야 하는 불가피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법한 통신자료 조회를 개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인 ‘사찰’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통신자료 조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반면교사 삼아 성찰하는 자세로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사상 목적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