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유동규, 지휘부에서 엄청난 권한 줬다”

입력 2022-04-01 14:38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연합뉴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을 공사 내 ‘실세’로 꼽았다. 그 배경으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목했다.

황 전 사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유 전 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5명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황 전 사장은 “하급자인 유 전 본부장이 (사장) 지시를 안 들었는데, 왜 조치를 안 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조치를 할 수 없었다. 엄청난 권한을 지휘부에서, 시청 쪽에서 줬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 본인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황 전 사장은 ‘지휘부’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요구에 “성남시장이 됐든, 정책실장이 됐든…”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확인은 못 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여러 차례여서 상부의 지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이 성남도개공에 재직할 당시 성남시장은 이 전 지사, 성남시청 정책실장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었다.

그는 인사 문제나 각종 의사결정을 유 전 본부장이 주도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이 사장주재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황 전 사장은 “(유 전 본부장이) 바쁘다면서 선임 본부장인데 사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며 “퇴임할 때 그때만 딱 사진이 있다. 그래서 오늘 앨범도 가져왔다”고 했다.

한편 황 전 사장은 이날 재판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지사가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불기소한 것과 관련해 “말이 안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황전 사장은 “자기들이 다 그만두라고 한 건데 녹취록 말고 뭐가 더 필요한가”라며 “녹취록이 40분 동안 계속되면서 싸움하듯이 (얘기)했는데 그게 증거가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은 앞서 유한기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공사 내 2인자라는 의미의 ‘유튜’로 불렸던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2월 황 전 사장과의 대화에서 “아이 참, 시장님 명을 받아 한 것 아닙니까. 이미 끝난 걸 미련을 가지세요”라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은 다음달 퇴직했고 공사를 떠나기 전 간부들과 식사 자리에서 “살면서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사퇴 종용 의혹과 관련해 실제 이 전 지사의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한기 전 본부장은 사망했고 정 전 부실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