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딸도 출마 말렸지만…‘경기도 히딩크’ 되겠다”

입력 2022-04-01 10:58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1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에 연고가 있어서 한국 축구 4강을 만든 게 아니지 않느냐”며 “경기도민께서 원하시는 건 자신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해결사, 능력 있는 사람, 히딩크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자로부터 ‘유 전 의원과 경기도의 접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질문에 “(경기도에) 연고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유 전 의원은 경기도가 다양한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모인 지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민 중에는) 호남에서 올라오신 분들도 있고 영남에서 올라오신 분들, 충청과 강원에서 오신 분들도 있다”며 “저는 경기도가 그 정도는 개방돼있고 다양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정계 은퇴를 고민하던 중 경기지사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도 풀어놨다. 유 전 의원은 “저와 정치를 같이 하시던 분들과 저를 지지해 주신 분들의 (경기지사) 출마 권유를 탁 자르고 안 나간다 할 수 없는 게, (경기도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호남을 제외하고는 가장 크게 진 지역”이라며 “정치를 그만두는 것까지 결심한 사람이 경기지사 자리에 욕심이 뭐가 있겠느냐. 그래 좋다. (경기도는) 제일 험지니까 (출마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부가 초반에 일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그런 선거다. 서울시장은 오세훈 시장이 계시니 경기와 인천 결과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총대를 메고, 제가 각오를 하고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의 가족들은 이번 선거 출마를 말렸다고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저와 제일 가까운 사람들, 또 가족들, 동고동락하던 보좌진들, 제일 가까운 사람들은 다 말렸다. 제 딸도 나가지 말라고 (했다)”며 “‘아빠, 이제 좀 쉬고 자유롭게 다른 보람 있는 일하면 안 돼?’ 이러고 말렸는데, 마지막 결정의 순간엔 가족들 다 동의를 해서 그렇게 했다. 저희 어머니, 형, 누나 다 말렸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과 딸 유담(왼쪽에서 세 번째)씨, 아들 유훈동(맨 오른쪽)씨. 유 전 의원 측 제공

더불어민주당에서 거론되는 경기지사 후보군에 대해선 “다 굉장하신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조정식 의원 같은 경우 제가 2000년에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한나라당에 같이 있었고, 잘 안다. 안민석 의원, 굉장히 대단하신 분 아니냐.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정부의 첫 경제부총리였고, 엄태영 전 수원시장도 수원에서 굉장히 인기가 있는 분이더라”며 “다들 훌륭하신 분들이라 그 네 분 중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더라도 선거가 참 쉽지 않겠구나(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층이 중요하다. 저는 중도층의 지지, 그걸 꼭 받고 싶다”며 “민주당이나 정의당을 지지하는 분들도 유승민의 정책이나 이런 걸 한 번 봐주시고, 제가 그동안 해 왔던 보수 정치가 뭔지, 제가 늘 이야기하는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 그 문제에 대한 저의 애착 이런 것을 한번 봐주시면 저는 민주당이나 정의당 지지자들도 저를 찍어주실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 전 의원은 경제를 직접 운영하진 않고 훈수만 둬온 분’이라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지적에 대해선 “제가 살아온 평생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은 “저는 19살에 경제학과에 입학한 뒤 평생 경제를 고민하고 정책적 해법을 제시했던 사람이다. 옆에서 그냥 비판만 하고 훈수를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과 일자리 문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 문제, 그에 대해 가장 책임 있는 사람이 김 대표”라고 쏘아붙였다.

‘낙동강 오리알, 한강 오리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안민석 의원의 비난에 대해선 “안 의원께서 경기도에 오래 사셨지 않느냐”며 “신참 경기도민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어넘겼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