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 태희 보호자이자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인 김모씨가 후원금 횡령 의혹에 휩싸인 뒤 SNS를 삭제했다.
김씨가 운영하던 인스타그램 ‘경태희아부지’ 계정에 1일 접속하면 “죄송합니다. 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앞서 이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된 뒤 게시물이 차례로 지워졌는데, 급기야 계정 자체가 삭제되거나 비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달 초 반려견 경태와 태희가 심장병 등을 앓고 있다며 치료비 모금을 진행했다. 당시 그는 너무나 많은 후원금이 모였다며 10분 만에 계좌를 닫고 기부금의 20%를 제외하고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사용처나 기부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경태희’ 이모티콘과 굿즈가 출시됐고, 김씨는 이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던 지난달 27일 김씨는 경태와 태희가 모두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면서 도움을 호소했다. 이튿날인 28일에는 자신의 택배 차량이 사고를 당해 일을 쉬어야 한다며 한탄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후원 계좌도 다시 열었다.
그러던 중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김씨가 팬들에게 여러 차례 후원금을 요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런데 후원금에 대한 영수증 등은 공개된 적이 없어, 일각에서는 후원금을 횡령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후원금 액수가 수천만원에 달하고, 김씨가 한 동물권 단체로부터 병원비 200만원을 지원받았다는 말까지 나오며 논란은 더 커졌다.
김씨는 논란 이후 후원자 모임에 따로 연락해 “허위 사실에 대응할 예정이다. 증빙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후원자가 “영수증만 공개하면 되는데 준비할 필요까지 있냐”고 지적하자 김씨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며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김씨는 2020년 12월 조수석에 몰티즈 종인 경태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이 온라인 화제가 돼 유명해졌다. 그는 2013년 한 화단에서 뼈가 부러져 누워있던 유기견 경태를 발견해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번식장에서 구조된 시츄 태희도 임시보호하다 입양해 네티즌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