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비의료인이 문신시술을 하면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며 과거와 다른 판단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법 등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헌재는 31일 의료법 27조 1항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5조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문신 시술은 바늘로 피부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색소를 주입하는 것으로 감염과 염료 주입으로 인한 부작용 등 위험을 수반한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해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관들은 “문신 시술에 한정된 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현재 의료인과 동일한 정도의 안전성과 사전적·사후적으로 필요할 수 있는 의료조치의 완전한 수행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청구인들은 문신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한국이 국제 추세와 달리 문신 시술의 자격과 요건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입법 의무가 헌법 해석상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했다.
그러면서 “문신 시술 자격제도와 같은 대안의 도입 여부는 입법재량의 영역”이라며 “입법부가 대안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인만이 문신시술을 하도록 허용했다고 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외국의 입법례처럼 별도의 문신 시술 자격제도를 통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할 수 있다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자격제도와 같은 대안의 도입 여부는 입법재량의 영역에 해당한다”며 “입법부가 대안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하도록 허용했다고 해서 헌법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법 조항이 문제라고 본 재판관은 6년 전 헌법소원심판 사건보다 2명이 더 늘었다. 반대표를 던진 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문신 시술은 치료 목적 행위가 아닌 점에서 여타 무면허 의료행위와 구분된다”며 “사회 인식의 변화로 그 수요가 증가해 선례와 달리 새로운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대한 재판관들은 “의료인 자격까지 요구하지 않고도 안전한 문신 시술에 필요한 범위로 한정된 자격, 위생적인 시술 환경, 도구의 위생관리, 시술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규제와 염료 규제를 통해서도 안전한 시술을 보장할 수 있다”며 “의사 자격을 취득해야 문신 시술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예술문신이나 반영구문신 등을 시술하는 문신사들이 청구했다. 이들은 의료인에게만 문신시술을 허용해 의사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가 문신업에 종사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앞서 대한문신사중앙회는 2017년과 2019년, 2020년, 2021년 4차례에 걸쳐 ‘의료법 제27조 1항’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1호’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법안들은 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과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병과(함께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1992년 눈썹 문신이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다며 의료법이 규율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2003년과 2013년에도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 금지는 국민의 생명권·건강권을 보호하고 국가의 보호의무를 위한 조치로 의료행위”라며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