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을 시작으로 삼척·강릉·동해 지역을 강타한 산불로 약 131만t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중형차 약 2200만대가 서울에서 부산(400㎞)으로 이동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3월 28일자 위성영상(Sentinel-2)을 활용해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을 산출한 결과 울진·삼척 1만8329㏊(헥타르), 강릉·동해 4687㏊로 전체 2만3016㏊로 추산된다고 31일 밝혔다. 화마(火魔)가 서울 면적(6만500㏊)의 3분의 1 이상을 할퀸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 피해 지역 내 서로 다른 나이의 나무들로 구성된 숲을 주목했다. 숲 바닥에 탈만 한 재료와 나무에 달린 잎, 가지들이 각각 불에 타면서 내는 온실가스의 양을 정량화한 후 피해면적을 곱했다. 그 결과 동해안 산불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총 131만7118t에 달했다. 울진·삼척에서 이산화탄소 92만527t, 메탄가스(CH4) 5243t, 아산화질소(N2O) 64t이 발생했다. 강릉·동해에서는 이산화탄소가 23만3625t, 메탄가스 1331t, 아산화질소 17t이 발생했다. 메탄가스와 아산화질소를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울진·삼척에서 총 105만506t, 강릉·동해에서 26만6612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보인다.
중형차 1대가 100㎞를 이동할 때 평균적으로 15㎏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데, 이를 대입하면 동해안 산불로 차량 8780만7866대가 100㎞를 이동할 때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400㎞)로 다시 환산하면 약 2195만대가 이동하면서 내뿜는 양과 비슷하다. 지난해 말 국내 등록된 전체 자동차(약 2491만대) 중 88%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한번에 이동한 것과 같다.
다만 향후 추가 분석을 통해 피해 면적이 달라질 수 있어 온실가스 배출양도 수정될 수 있다. 지난 30일 산림청은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을 총 2만523.25㏊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위성영상에서는 참나무처럼 겨울이라 아직 잎이 나지 않은 활엽수종까지 피해본 지역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관찰해 파악한 피해 범위보다는 넓게 계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고 인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산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ICT연구센터장은 “산불이 내뿜은 가스 입자는 대기를 뒤덮어 지구표면과 대류권을 데우며 지구를 거대한 온실처럼 만든다”면서 “이는 지역 온도를 상승시켜 기후를 건조하게 만들고 또다시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은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에서 불에 탄 나무(가슴높이에 직경 6㎝ 이상의 나무 기준)는 울진·삼척에서 1961만7587그루, 강릉·동해 522만1872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