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출신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서울 서초에 보유한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새로 하면서 전세금을 4억7000만원(약 48%) 올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 의원은 기존 계약 갱신시 임대료 증액 상한을 이전의 5% 이하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에 찬성했었다. 집주인들은 법 시행 후 신규 계약 때 전세금을 대폭 올리는 식으로 대응했는데 양 의원도 신규 계약에서 전세금을 크게 올린 것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1일 공개한 2021년 말 기준 국회의원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양 의원 배우자 명의인 서초동 아파트(130.23㎡) 1채의 임대보증금은 14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 신고금액(9억7000만 원)보다 4억7000만 원(약 48%) 인상됐다.
양 의원은 변동 사유란에 ‘세입자 변경’이라고 기재했다.
양 의원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임대차 3법에 찬성했었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 계약시 임차인이 원하면 2년간 계약을 갱신할 수 있고 갱신 시 임대료 인상은 종전 임대료 5% 이내로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세 계약을 한 번 체결하면 4년간 임대료 상승을 제한받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신규 전세 계약 때 전세금을 크게 올려 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값이 급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존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 가격 차이가 크게 나다보니 시장에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임대차 3법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0일 라디오 방송에서 “오히려 신규계약 시 임대료를 과다하게 인상하지 못 하게 하는 강력한 전셋값 안정화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주장했다.
신규계약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등 임대차 3법을 오히려 보완해야 한다는 것인데 양 의원이 신규 계약 전세금을 대폭 올려 받은 것은 이 같은 방침과는 차이가 있다.
양 의원은 서초동 아파트 외에 본인 명의로 경기도 부천에 복합건물 1채,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다. 주택 3채의 현재 가액은 총 53억원이다.
양 의원실 측은 “신규 계약 체결로 우회로를 꾀하려 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변 시세에 맞춰 전세금을 설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양 의원은 앞서 아파트 등 매입 과정에서 동생 명의를 도용했다는 의혹 등으로 지난 2020년 5월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됐었다.
앞서 임대차 3법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경우 임대차 3법 통과 한 달 전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의 월세를 9% 가량 인상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의원은 당시 “주거 안정 등을 주장했음에도 보다 꼼꼼하게 챙기지 못해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해명했었다.
일부 의원들은 정치권의 임대료 상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최근 새 전세 계약을 맺거나 갱신할 때 전·월세금 상승 폭을 5% 안팎으로 제한하거나 동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대로 보증금을 크게 올려 받을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5억원 상당 단독주택의 임차인이 바뀌었지만 전세보증금을 지난 계약과 동일한 1억7500만원으로 책정했다.
민주당 정일영, 국민의힘 김용판 정경희 최형두 의원도 각각 새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료 상승폭을 전년과 비교해 5%로 맞췄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