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상반기 중 서울 고덕·강일지구에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주택)’ 공급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토지 임대료는 월 20만~3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사장은 31일 서초구 내곡지구 분양원가 기자설명회에서 “반값아파트는 상반기 중 고덕·강일지구에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존 공공주택 중 행복주택 등으로 계획된 물량을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로 바꾸는 절차가 있다. 이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덕·강일 외에 위례와 마곡에도 (반값아파트용) 토지가 있다”며 “이밖에 학교나 단독주택 용지 등에서도 건물만 분양이 가능하도록 서울시 및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아파트는 SH가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땅값을 줄여 분양가를 크게 낮추는 대신 입주민은 토지임대료를 내야 한다. 김 사장은 “토지임대료는 정기예금 금리 수준으로 택지조성원가의 3∼4% 수준이 될 것”이라며 “토지비 1억원 기준 매월 20만∼3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강남(세곡2지구), 송파(오금·항동지구), 강동(고덕·강일지구)에 이어 이날 서초구 내곡지구 아파트의 분양원가도 공개했다. 이른바 ‘강남 4구’의 분양원가를 전부 공개한 것이다.
내곡지구 7개 단지 중 민간이 분양한 4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6개 단지의 평당(3.3㎡) 분양원가는 7단지가 146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2단지가 959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분양수익률의 경우 분양세대수가 1049개로 가장 많았던 1단지가 최고인 31.3%를 기록한 반면 분양세대수가 69개에 불과했던 7단지는 2%로 가장 낮았다. 6개 단지 평균 분양원가(3.3㎡당)는 1146만원, 분양가는 1390만원이다. 25평 기준으로 원가 약 2억9000만원인 아파트가 3억5000만원에 분양된 셈이다.
‘강남 4구’ 전체로 볼 경우 평균 3.3㎡당 건설원가는 601만원, 택지비는 472만원이었다. 25평 기준 건설원가 1억5000만원, 택지비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김 사장은 “건물만 분양했다면 30평도 2억원에 분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그러나 좋은 건물을 지으려면 정부가 정해준 기본형 건축비로는 안 된다. 자체적으로 서울형 건축비를 만들어 민간보다 더 좋은 아파트를 공급할 것”이라며 “강남권은 이미 시세가 높은 만큼 가격을 약간 더 책정해 더 좋은 아파트를 시민에게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SH는 마지막 남은 마곡지구를 끝으로 최근 10년간 사업 정산을 완료한 5개 지구(마곡·내곡·세곡2·오금·항동)의 상반기 분양원가 공개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마곡지구는 과거 주요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만큼 열심히 준비해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이라며 “지금은 SH만 실행하지만 향후 원가공개가 확산돼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모두가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