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밥집을 찾아 배식 봉사활동을 했다. 앞서 지난달 9일 대선 기간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한 자리에서 선거가 끝난 뒤 명동밥집을 찾아 봉사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윤 당선인은 ‘밥퍼 봉사’에 앞서 명동성당에서 정 대주교와 차담을 가졌다.
정 대주교는 “선거 마치고 한 번 봉사를 오신다고 했는데, 그 바쁜 시간에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통합의 정치를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웃으며 “그래야죠”라고 답했다. 이어 “제가 취임하고 (명동밥집에) 오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더니, (주변에서) 약속한 것이니까 빨리 가라고 했다”며 “제가 취임하고 또 여러 일정을 보고 (다시) 한번 (명동밥집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주교는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잘 챙겨주고, 그런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고, 윤 당선인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려운 분들이 제일 피해를 많이 본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공직에 있을 때 자주는 못 갔지만, 주로 요양 보호사로 1년에 한 번 정도 (봉사했다)”라며 “제가 해보면 두 시간 일해도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후 윤 당선인은 명동밥집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는 두건을, 손에는 장갑을 낀 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식사하는 노숙인 등을 배려해 달라는 서울대교구 측 요청에 따라 이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명동밥집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해 1월 염수정 추기경의 제안으로 문을 열었다. 매주 수·금·일에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정 대주교는 “평일에는 600∼700명, 주일에는 800명 정도 온다”며 “봉사자 중엔 신부님·수녀님·신자들도 많이 있지만, 신자 아닌 분들도 오면서 봉사를 한다. 1000명 이상이 함께한다. 어떻게 보면 매일같이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앞서 브리핑에서 명동밥집에 대해 “코로나로 많은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아야 했으나 코로나 기간에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대학 친구들과 성당을 다니며 천주교 세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례명은 ‘암브로시오’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명동밥집에 다녀왔다. ‘매일 같이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대주교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는다”라며 “기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곳에 손길이 닿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렵고 힘든 분들께 먼저 손 내밀고 힘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동밥집. 다음에 또 찾아뵙겠다”고 적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