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장 갱도 재가동 정황 포착”…고위력 핵실험 재개 가능성도

입력 2022-03-30 19:51
북한이 4년 전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가운데 '3번 갱도'(붉은색 원) 인근에 새 길을 뚫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8년 5월 24일 외신을 초청해 갱도를 폭파할 당시 북한이 공개한 갱도 지도. 연합뉴스

북한이 현재 복구 중인 풍계리 핵실험장 일부 구역에서 재가동을 준비하는 정황까지 포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었던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이 민간연구단체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를 통해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8년 폐기했다고 주장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재가동 준비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풍계리 핵실험장 내 4개 갱도 중 핵실험에 활용된 적 없는 3번 갱도 남쪽 입구 지역에서 활발한 핵실험 사전준비 정황이 상업용 위성영상을 통해 포착됐다. 특히 이달 촬영된 위성영상에선 3번 갱도 입구 주변에 통나무와 토사가 쌓여 있는 등 갱도 굴착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건물을 개보수하거나 새 건물을 짓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났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일부를 재가동했거나 재가동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미 당국의 평가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3번 갱도 주변에서 복구 활동으로 추정되는 활동이 식별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1~2개월 정도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의 전반적 활동과 주요 시설에 대해선 한·미 정보 당국이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북한이 조만간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핵실험의 목적을 놓고 다른 관측도 나온다. 핵무기 소형화·경량화 기술 검증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방점을 찍고 폭발력이 큰 핵실험을 통해 고강도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존 핵보유국들이 핵탄두 소형화에 통상 2~7년 정도 걸렸던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이미 관련 기술을 보유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북한은 2006년에 처음 핵실험을 시작해 10여년간 6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고강도 무력도발을 통해 국제사회에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려고 하는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임계치 이하 실험’보다는 강한 폭발력을 보이는 핵실험을 통해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공개 비판하며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 직후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불안정을 초래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이는 명백한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에서 물러나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우진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