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윤석열정부 초대 총리 인선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최대 변수가 정리됐기 때문이다. 현재 총리 후보군에는 한덕수 전 총리와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4월 1일까지 인사 검증을 마무리하고 최종 후보군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이번 주말 후보군을 검토한 뒤 이르면 4월 3일 총리 후보자를 직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리 인선에 대해 “안 위원장 거취가 사실은 관건이었지 않나. (안 위원장이) 확실하게 입장을 정했으니 지금부터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본격적인 총리 인선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 두루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총리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우리나라의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판단하에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경제안보론’을 강조해 왔다.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철학은 총리 인선에 그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 국정의 두 축인 경제와 안보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총리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덕수 카드’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이명박정부에선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그는 통상산업부 차관과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맡은 통상 전문가로 분류된다. ‘경제·안보 쌍끌이’ 인사에 적합한 셈이다. 또 전북 전주 출신이어서 ‘국민통합’ 인사에도 부합한다. 그가 2007년 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무난히 통과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한길·박주선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신뢰가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건강 문제가 남아 있고, 비문(비문재인) 이미지가 강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받을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윤 당선인과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경제 전문가인 최중경 전 장관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최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 1차관과 주필리핀 대사, 한·미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평소에도 안보와 경제가 함께 가야 한다는 ‘안·경 동행론’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총리 후보에 이어 조만간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제부총리 인선도 발표할 계획이다. 새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인수위는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막바지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