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주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채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곧 집권 여당을 이끌어야 할 이 대표가 연일 장애인 단체와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모습에 당 안팎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30일 SNS에 전장연이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하고 2호선에서도 출근길 시위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사과할 일 없고 2호선은 타지 마십시오. 전장연을 생각해서 경고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어 “이 기사만으로도 드러난 전장연이라는 단체의 논리구조가 이런 것”이라며 “이준석이 사과를 안 해? 그러면 2호선을 타서 몇 만명을 괴롭히겠어. 그리고 니탓 할거야. 사과 안할래?”라고 썼다. 이 대표는 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태그한 후 “고민정 의원님 참고하세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같은 날 경복궁역서 진행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기자회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 못 건드린다고 주장했다”며 “기대에 맞춰 2호선도 타겠다. 이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2·5호선을 골고루 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3호선 경복궁역은 인수위 근처 지하철역이다. 4호선 혜화역은 1999년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리프트 추락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던 곳이자 21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촉발된 상징적 장소다. 그래서 3·4호선에서 자주 시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지난 27일 SNS에 전장연이 “순환선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서 못 건드리고 3호선, 4호선 위주로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대표의 주장과 달리 전장연은 지난 달 3일과 22일, 2호선 왕십리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전장연은 이날부터 지하철 출퇴근 시위를 중단했다. 이들은 릴레이 삭발 투쟁을 진행하며 다음달 20일까지 인수위의 장애인 관련 예산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이 대표가 전장연과 연일 각을 세우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시위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고 대신 사과한 데 이어 연일 정치권이 장애인들의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전장연이 지하철 운행시간을 지연시켜 시민에게 불편을 드린 것은 위법으로서 잘못된 일이지만, 약자인 장애인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집권여당이 되는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약자에게 더 따뜻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