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가 친환경 연어 양식?… ‘건설’ 옷 벗기 가속도

입력 2022-03-31 06:02 수정 2022-03-31 06:02
GS이니마가 최근 인수한 베트남 공업용수 공급업체 푸미빈 건설투자사가 운영하는 수처리 시설 호아칸더이 전경. GS건설은 자사 수처리 기술력을 기반으로 스마트양식사업에도 진출했다. GS건설 제공

건설업계가 사업 방향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건설’이라는 옷을 벗고 친환경·에너지 사업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은 유망한 미래 성장동력이다. 동시에 시설물 건설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미래 주요 산업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드론 등을 활용한 스마트건설과 친환경 사업에서 기반을 닦아 왔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이산화탄소 활용, 해상풍력 플랜트, 소형원자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건설사들은 최근 ‘건설’이라는 본업과 큰 연관성이 없는 분야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플랜트나 주택 등의 기존 사업만으로는 외부 변수에 탄력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난, 주택 경기 하락 등의 악재가 즐비한 상황이다.

DL이앤씨는 지난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과 탄소 자원화 사업의 설계·시공·운영에 관한 일체의 사업,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업, 고압가스 저장·운반업, 위험물 저장·운반업, 신기술 관련 투자, 관리 운영사업, 창업지원 사업 등을 정관에 추가했다고 31일 밝혔다.

삼성물산은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SMR 사업 선두주자인 미국 뉴스케일에 지분을 투자했다. SMR 투자 확대로 사업기회를 선점해 에너지 솔루션, 스마트시티 등에서 미래 성장엔진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에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담으면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GS건설은 최근 신세계푸드와 ‘친환경 연어’ 공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GS건설이 민간투자자로 참여한 부산 스마트양식시설에서 생산되는 연어를 소비자에 공급하기 위해 신세계푸드와 협력하는 구조다. GS건설은 2012년 스페인 해수담수화 업체 GS이니마를 인수해 스페인과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GS건설은 이 수처리 기술로 연어 양식에 사용되는 바닷물을 정화해 공급한다. 사용한 양식수는 여과한 뒤 재이용해 바다 오염을 막는다.

건설업체가 활발하게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미래 대응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해법으로 신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다 중대재해처벌법·원자재난 등의 악재가 신사업을 개발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높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 요소 때문에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건 아니겠지만, 현재 경영환경이 기업들이 신사업 개발에 열을 올리게 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건설업과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분야로도 활발하게 진입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9일 주총에서 유통업과 판매시설 운영업, 물류단지개발업, 물류업, 물류창고업, 운수업, 데이터센터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대형 건설사 중 유독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현산은 최근 주택사업에 유독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반건설은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KT엔지니어링과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양사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사업 관련 기술·경험 제공 및 시공 협업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한신공영은 지난 자동차 운전교습업, 조립구조재 조립·설치·시공업, 건축·토목자재 도소매업, 건축·토목자재 수출입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