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엔데믹’(풍토병)을 준비하면서 2년간 굳게 닫혔던 빗장을 열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도 백신 접종 시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선 국제선 재개 허가가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각종 방역정책이 빡빡해 ‘리오프닝’에 제때 대응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 17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50대 항공여행 시장 중 38개 시장이 백신 접종자에 대해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유럽과 미주 국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몽골은 지난 14일부터, 영국은 18일부터 코로나19 입국제한 조치를 모두 해제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우즈베키스탄 등은 PCR 확인서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태국은 다음 달 1일부터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입국 가능하다. 각국이 빗장을 풀면서 지난 1월 여행 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82.3%나 증가했다고 IATA는 밝혔다.
한국에서도 항공여행 수요는 회복 조짐을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 11일 입국 시 자가격리 해제 조치 발표 이후 국제선 항공권 예약이 80% 이상 증가했다. 여행업계는 폭발적으로 해외여행 상품 구매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에 국적 항공사들은 국제선 노선 운항을 증편하거나 새 노선을 운항하려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특히 월 단위로 결정하는 국제선 운항 횟수를 중앙방역대책본부 회의에서 정하고 있어 운항 허가가 쉽지 않다. 최근 티웨이항공이 운항 허가를 받은 대구~다낭 노선의 경우 여러 항공사에서 신청했지만 티웨이항공만 허가를 받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편 티켓을 판매하려면 노선 허가를 받고 3개월은 준비해야 한다”며 “그나마 부정기편으로라도 띄웠던 노선은 금방 띄울 수 있지만, 아예 2년 간 운항을 멈췄던 노선은 지점 개설 등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 정부에서 노선 운항 허가를 더 빨리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30일 말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체감 상 항공권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항공권 가격은 정가 이상 올릴 수 없지만, 수요가 많으면 이전처럼 특가 항공권이 많이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과 만나 항공업계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현재 방역당국에서 결정하는 항공사 신규 운항 허가 권한을 국토부로 이관해 국제선 운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