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42)씨는 일주일째 충북 청주의 KTX 오송역에서 저녁을 맞고 있다. 오송 지역 코로나19 중환자실에 입원한 모친 A씨(75)와의 면회는 10분 남짓이지만, 곧장 집으로 향했다간 임종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당 의사에게 “모친이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언질을 받은 상황이다. 김씨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0만명 중에 200~300명 사망한다고, 감기 수준이라고 하는데 (확진자) 가족에겐 그게 아니다”라고 울먹였다.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던 A씨는 23일에야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입원했다. 전원과 입원 거부 등 우여곡절 끝에 들어온 곳이지만 이번엔 확진 20일 뒤 격리 병상을 비우라는 정부 지침이 막아 섰다. 모친 몸 상태는 인근 대학병원 일반 중환자실까지 30분의 이송도 버티기 어렵다. 병상 순환 압박이 심하다며 난색이던 병원 측은 가족들의 통사정 끝에 이날에야 A씨를 격리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더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는 어떻게 할지 김씨는 여전히 막막하다.
코로나19 사망자와 중환자가 본격적으로 늘면서 의료 현장의 아우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역효과를 낳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직장인 정모(39)씨 역시 가족 병상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뇌졸중을 앓던 부친 B씨(68)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최근 코로나19에 재확진되자 정씨는 입원 치료를 해오던 서울 소재 대학병원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정부가 호흡기 경증 확진자는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일반 병상에 머물게 허용했지만 병원 측은 가족 반대에도 B씨를 격리 병상에 옮기려 했다. 정씨는 “격리 병동에 들어갈 때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등 예후가 나빠져 일반 병상에 모시려 했다”며 “(병원 측이) 정부 방침이 바뀐 걸 알았다면 설명을 안 해준 거고, 몰랐다 해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확진된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겐 정부 지침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C씨(69)는 야간 근무 뒤 귀가하던 지난 2일 오전 병원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당일 교대한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아서다. 이내 C씨가 근무하는 층 환자 30명 중 27명이 감염됐다. C씨는 이 탓에 열흘 내내 갇혀 이들을 돌봤다. 사흘째에 본인도 확진됐지만 격리는 커녕 하루도 쉬지 못했다. 그는 “링거 맞고 약 먹어가며 환자를 봤다. 걱정하는 가족에겐 빈 병실에서 격리 중이라고 둘러댔다”며 쓴웃음 지었다.
이날 0시 기준 병상 가동률은 위중증 66.4%, 준중증 68.9%로 모두 70%를 밑돌았다. 정부는 환자 관리 여력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수치가 현장 체감과 괴리가 있다고 말한다. 김선빈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울시내 중환자 병상은 거의 계속 만실 상태”라며 “안치실이 모자라 (집계상으론) 빈 병상에 사망자가 며칠 간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중증 환자는 이날 1301명으로 최다를 경신했고 사망자는 사상 두 번째로 많은 432명 보고됐다. 신규 확진자는 42만4641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달 사망자의 32.7%가 요양병원·시설에서 발생했다며 병상 배정 핫라인을 통해 중증환자의 이송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종전까진 7일이었던 확진 요양시설 종사자의 격리 기간은 이날부터 3일로 단축할 수 있게 했다.
송경모 조효석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