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ARM’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박 부회장은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다.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영국에 본사를 둔 팹리스 기업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28일 SK하이닉스의 모기업 SK스퀘어 주총에서도 ARM 인수 계획을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분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ARM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를 인수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주총에서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의 1단계 인수 절차를 마치고 출범한 자회사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SSD사업과 점진적으로 통합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하고 빅테크 기업과 협업을 도모하는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내놓았다. 박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투자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구조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연간 고정 배당금을 20% 높이고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시작한다. 올해부터 3년간 창출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추가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주총에선 곽노정·노종원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하영구 사외이사 재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박 부회장은 “출범 10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성장했다. 지난 시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