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기성용(33)이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축구부 후배들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 첫 재판이 별다른 진척 없이 5분 만에 종료됐다.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서보민)는 기성용이 초교 후배 A·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당사자들은 참여하지 않은 채 양측 소송대리인만 출석했다.
양측 모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관련 증거가 있다면서도 재판부에 제출은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기성용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후배들 측 대리인은 “(제기한 의혹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위법성도 없다”며 “수사 과정에 사실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들을 많이 제출했고, 목격자의 녹취록도 있지만 (형사 사건의) 결과가 나오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증거들이 민사 재판에서 상대방에게 먼저 공개되면 이후 형사 사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송을 제기한 기성용 측도 같은 이유로 재산상·정신적 손해를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대리인은 “저희는 최대한 빨리 재판을 끝내고 싶어 (재판부가) 판단해주시면 오늘이라도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했다.
두 대리인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A·B 씨를 형사 고소한 사건의 처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사 재판 진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맡았으며 수사가 곧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2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했던 2000년 1~6월 선배인 C선수와 D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당시 이름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내용 등을 바탕으로 기성용이 가해 선수로 지목됐다.
기성용은 이에 기자회견을 열어 결백을 주장하고, 지난해 3월 의혹 제기자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와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성용의 부인 배우 한혜진 역시 지난 5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러한 일이 없었다”면서 “끔찍한 거짓을 지어내고 우리 가족을 더러운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자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려고 한다”는 뜻을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