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식 한 전장연 “이준석, 일제 때 한국인 순사보다 못해”

입력 2022-03-30 11:55 수정 2022-03-30 12:55
3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0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인 일본 순사보다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앞에서 “이 대표는 어제 우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요구에 따라 지하철 타기를 멈추고 삭발식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장연이 국민의 비난 여론에 굴복했고, 자신이 승리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이 대표가 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와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을 언급하며 “특정 단체만 거명하고, 전장연의 시위방식을 트집 잡아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시위 비판 발언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연일 장애인 단체 시위를 폄훼하며 비방한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이 대표가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별도로 국민의힘과 이 대표를 향한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전날 인수위와 면담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안 등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지하철 행동을 멈춰 달라는 인수위 측 요구를 수용해 이날부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키로 했다.

박 대표는 “인수위에서 우리가 제출한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안을 충분히 검토하겠으니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멈춰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다음 달 20일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고 삭발투쟁에 나선다”고 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삭발하고 있는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 연합뉴스

이날 삭발에 나선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처음 이동권 투쟁을 시작하면서 지하철 선로에 내려갔다.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쇠사슬과 사다리를 건 채 버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시민들에게 욕설을 들을 때마다 하는 말이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인데, 왜 장애인은 세상을 살면서 매번 미안해야 하나”라며 “우리는 21년 동안 외쳤고 작게나마 세상을 바꿔내고 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더 끈질기게 외치겠다”고 소리쳤다.

이 회장은 특히 정치권을 향해 “저희의 외침은 권력자들이, 힘 있는 자들이 조롱하고 왜곡하라고 외쳤던 게 아니었다”면서 “21년간 계속된 저희의 외침은 진심이었고, 장애인이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절규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4월 20일까지 기다리기로 했으니 우리는 기다리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요구안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내놓으라”고 호소했다.

3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삭발하고 있는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 연합뉴스

삭발식은 약 7분간 진행됐다. 현장에 있던 장애인 활동가들은 ‘민들레처럼’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거나 감정에 북받친 듯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전장연은 다음 달 20일까지 매일 오전 경복궁역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삭발식을 이어갈 방침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