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에 각을 세워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과격한 시위 방법의 변화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장협은 전장연 시위를 비판하면서도 정치권을 향해 “장애인을 정략의 도구로 삼지 말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서 “지장협과 긴밀하고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지장협의 국회 기자회견 영상을 공유했다.
지장협은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권 보장을 정부에 촉구하면서도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불법 시위’로 규정하며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시위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지장협은 회원수 47만명의 최대 장애인 당사자 단체다. 장애인 출신 비례대표인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이곳 사무총장 출신이다.
앞서 이 대표는 전장연 시위 방식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그는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사회 담론 형성을 위해서는 장애인이나 여성 등 소수자를 성역화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날 다른 게시물에서도 “지난 주말에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열차 출발을 막는 방식이 지적을 많이 받더니 어제부터 전장연이 그냥 탑승만 하고 있다”며 “진작 이렇게 했다면 됐을 텐데 이제야 시위 방식을 바꿨다. 이게 애초 요구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전장연이 30일부터 출근길 시위를 중단한다고 밝히자 “환영한다”고 반응했다.
지장협 “이동권 보장 인식 같지만… 불법시위 도 넘어”
지장협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전장연의 장기간 국민을 볼모로 한 각종 불법시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동권 보장 요구에 우리 협회도 인식을 같이하며, 다만 이를 주장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밝혔다.이 단체는 “전장연은 전체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결코 아니다”며 “선량한 시민사회에 전장연의 불법 및 강경투쟁이 전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의 과격 일변도의 시위 방법 때문에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우리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어졌다. 과정의 정당성 훼손으로 목표의 합리성도 약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전장연 키워… 정치권, 정략 도구로 삼지 말라”
지장협은 정부를 겨냥해서도 “정부는 미온적 태도와 지지부진한 장애인 정책으로 일관했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왔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잠시라도 귀 기울이는 환경을 만들었다”며 “전장연과 같은 세력을 키워준 결과를 초래했다”고 성토했다.아울러 지장협은 국회와 정치권에 “장애인을 정략의 도구로 삼지 말라”며 “어느 특정 정당의 입장도 옹호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은 사회적 약자를 거의 배려하지 않았고, 사회적 약자의 지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해왔다는 게 지장협의 지적이었다.
또한 지장협은 이 대표의 비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장애인단체의 사과 요구,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것이 온당하지 못하다는 여론 등에 대해 “결코 동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장애인도 가족도 있고 이웃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장협은 특히 “올바른 장애인복지와 인권을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 강경한 행동도 불사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사회적 동의와 국민의 지지를 무시한 장애인 운동은 결국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준수해야 할 법정신과 원칙이 사라지고 온정주의에 빠지는 태도 역시 경계한다. 오직 장애인의 온전한 자립과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