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 300년 바이올린 음악을 30개 공연에 담다

입력 2022-03-30 06:00
중견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교수가 29일 서울 강남구 안타워 9층 스페이스 G.I.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점과 선'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피트뮤직

중견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45) 한양대 교수가 올해 300년 바이올린의 역사를 30개 공연에 담아내는 대장정에 나선다. ‘점과 선’이란 타이틀의 이번 프로젝트는 10개의 공연을 하나의 시즌으로 묶어 모두 세 개의 시즌을 선보인다.

김응수 교수는 29일 서울 강남구 안타워 9층 스페이스 G.I.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학적 정의로 점은 공간 속의 한 장소이고, 선은 점의 집합, 면은 선의 집합이라고 한다”면서 “나는 음악사상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발전되는 지를 점과 선으로 들려 드리고, 청중은 그렇게 모인 선으로 다채로운 색깔의 면을 그리시면 어떨까 생각해 이번 타이틀을 정했다”고 밝혔다.

‘점과 선’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바이올린과 바이올린 음악에 대한 헌정공연이다. 김 교수는 “바이올린은 내게 애증의 관계이자 도전의 대상인 동시에 인생의 파트너다”라며 “바이올린은 소리를 내기 어려운 악기지만 인간의 감정에 가장 가까이 와닿을 수 있는 소리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발매한 앨범 ‘다스 레벤 (Das Leben)’ 녹음작업을 함께 한 황병준 사운드미러 코리아 대표의 권유가 계기로 작용했다.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유명 사운드 엔지니어 황병준 대표는 앨범 작업 당시 김 교수가 수많은 레퍼토리에 익숙한 것을 보고 바이올린 음악의 300년 역사를 풀어보라고 제안했다. 프로 연주자들이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최소 며칠 혹은 몇 주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김 교수의 시도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누가 시켜서 한다던가, 연주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황 대표의 권유를 받아들인 것은 무대에선 선보일 곡들이 예전부터 공부하고 연주했던 데다 각각 연결된는 지점에 저 자신이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 이후 작품들에 대한 저의 이해가 더 깊어지는 한편 관객에게도 그것이 느껴지길 바랍니다.”

4월 4∼23일 열리는 ‘점과 선’ 시즌1은 클래식 음악사에서 두 개의 큰 점인 바흐와 베토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두 작곡가는 각각 성경의 구약과 신약으로 비유될 만큼 높은 위상을 차지한다. 김 교수는 음악사의 우주에서 바흐와 베토벤이란 두 점을 찍고 그사이를 오가는 선, 또 새롭게 엉키는 선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어 ‘점과 선’은 올여름 진행할 시즌2에서는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을, 시즌3에서는 바로크 음악을 중심으로 무대를 꾸민다.

“세상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바친 신앙심 깊은 바흐와 육체적 질병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전념한 베토벤은 제게도 많은 영감의 원천입니다. 그래서 이 둘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짰습니다. 시즌1의 프로그램을 보면 공연마다 ‘시작하다’ ‘봄은 즐겁다?’ ‘맥박은 힘차게 뛴다’ 등의 부제가 붙어 있는데요. 음악에 대한 저의 관점을 전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연주를 들으시는 분들은 또 다른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드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1이 진행되는 스페이스 G.I.는 약 50명을 수용하는 좁은 공간이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가 시골 여행 중 음악을 듣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피아노 상태와 상관없이 연주했던 사례를 언급한 김 교수는 “이것이야말로 음악가의 참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장소와 관계없이 음악의 기쁨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고행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즐거움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연주회에서 교감하고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서울예고를 거쳐 빈 국립음대, 그라츠 국립음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그리고 이탈리아 지네티 국제콩쿠르 1위, 그리스 마리아 카날스 국제콩쿠르 1위, 티보르 바르가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위 등을 차지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는 오스트리아 레히 클래식 페스티벌 예술감독 및 메인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 ‘다스 레벤’은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