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평화협상 급진전…러 “우리가 양보했다”

입력 2022-03-29 21:10 수정 2022-03-30 00:16
러시아 평화협상 대표단(오른족)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협상 테이블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아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의 5차 평화협상이 약 4시간 만에 종료됐다. 양측이 회담 내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평화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터키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29일(현지시간) 오후 “협상이 4시간 동안 진행됐고 가끔 휴식도 했다”며 협상 종료를 알렸다.

러시아는 회담 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북동부 체르니히우 주변의 군사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군사활동 축소는) 즉각 실시된다”며 “(우크라이나와의)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측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협상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잘 정리된 입장을 전달받았다. 이를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이 양국 간 조약이 준비되는 대로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약이 준비되면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할 때 양측이 여러 쟁점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이룬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메딘스키 보좌관은 “다자 정상회담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상회담 개최는) 간단치는 않은 문제”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분쟁 완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두 발’ 양보하고 있다”면서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지위와 비핵보유국 지위 추구를 확인하는 문서 제안을 전달했다. 이 제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언급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회담 장소인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의 협상 테이블 양 옆에 마주 앉았다.

우크라이나 측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회담 중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적인 안전보장, 휴전, 인도주의 통로와 인도주의적 호송에 효과적 결정, 전쟁 규범과 관례에 대한 양측의 준수 등 우리 나라의 평화를 위한 어려운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썼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회담 종료 후 기자 회견에서 “러시아 측에 새로운 안보 보장 체제 구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터키를 잠재적 안보 보장국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등도 새로운 안보 보장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중립국 지위를 채택할 경우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다만 “러시아와 최종 협정이 발효되려면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에 완전한 평화가 이뤄져야 하며,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15년간 크림반도의 지위에 대해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우리는 (러시아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양국 대통령 간 회담을 할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애초 5차 평화협상은 29·30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오후 모스크바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타협안이 도출된 이상 회담 일정을 모두 채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