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조’ 러 재벌 “카드 차단, 외식도 못하냐” 분통

입력 2022-03-30 00:02 수정 2022-03-30 10:28
러시아 재벌 미하일 프리드먼 페이스북 캡처

러시아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미하일 프리드먼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 빠졌다고 하소연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CBS 등에 따르면 프리드먼은 금융제재로 인해 “실질적으로 가택연금 상태”이며 “은행 계좌, 신용카드, ATM카드가 차단돼 돈을 뺄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태생 사업가인 프리드먼은 러시아에서 손에 꼽히는 재벌 중 한 명으로 순자산 104억 달러(약 12조70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 회사인 레터원을 경영하고 있으며, 러시아 최대 민영은행인 알파뱅크를 설립한 인물이다. 포브스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128번째로 부유한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금융제재를 받고 있다.

런던에 거처를 둔 프리드먼은 “(신용카드가 차단돼) 아무도 식당에 데려갈 수 없다”며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하고 거의 가택연금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돈을 쓰려면 영국 정부에 신청해야 하고, 신청이 승인되면 한 달에 약 2500파운드(약 4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당국은 내가 택시를 타고 음식을 살 수 있도록 일정 금액을 할당해야 하지만, 런던에서의 생활비를 보면 매우 제한적인 금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2016년 당시 6500만 파운드(약 1038억원)에 구입한 6만1200평 규모의 빅토리아 시대 건물 애슬론 하우스를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프리드먼은 “런던에 계속 살 수 있을지, 아니면 강제로 떠나게 될지 불확실하다”며 “지금 당장은 떠날 수 없고 여러 이유로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8년 동안 런던에 있었고,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가 서방세계로부터 받은 대우에 깊은 실망감을 표했다. 프리드먼은 그동안 민간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제재가 불공정하고 비효율적이라며 반발해 왔다.

프리드먼은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반대하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프리드먼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유혈 사태의 종식”을 촉구했다. 그는 “나는 서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17살까지 그곳에서 살았다”며 “나의 부모님은 우크라이나 시민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리비우에 살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또한 러시아 시민으로서 러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키워내면서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여기서 보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민에게 깊은 애착을 갖고 있으며, 현재의 갈등은 그들 모두에게 비극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편지 끝에는 “전쟁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