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번 새 고교 교과서들은 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조선인 노동자 강제 동원 부분에서 역사 왜곡을 강화했다. 강제성을 띄는 용어를 들어내 군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육부가 29일 배포한 ‘2022년 일본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 분석 결과’를 보면, 일본군 위안부 표현은 ‘종군 위안부 제도’에서 ‘위안부’로 수정됐다. 또한 ‘관리’는 ‘관여’로 바꿨다. ‘종군’을 삭제한 것은 일본군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하려는 것이고, ‘제도’를 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정성훈 교육부 동북아교육대책팀장은 “종군이나 일본군 표현을 뺀 것은 군과의 관계를 숨기려는 것이고, 제도는 시스템이란 의미이므로 시스템이 아니라 개별적이란 취지”라고 말했다.
이렇게 기술된 ‘일본사탐구’ 교과서는 7종 가운데 6종, ‘세계사탐구’ 7종 중 2종, ‘정치경제’ 6종 중 4종으로 모두 20종 중 12종에 달한다. 일본 짓쿄 출판의 교과서는 “전시 중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희생된 한국인 여성이 증언하기 시작했다”라고 검정을 신청했는데, 검정 과정에서 “전 위안부인 한국인 여성이 증언하기 시작했다”로 수정됐다. 또한 “일본군이 관리하는 위안소”라는 대목은 “일본군의 관여 아래 설치”라며 일본 정부와 군의 책임을 희석시키고 있다.
일제의 조선인 강제 동원이 기술된 부분에서는 ‘강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중국인의 경우에는 강제연행이란 표현을 인정하면서도 조선인의 경우는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은 점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짓쿄 출판 교과서는 “1942년부터 관 알선에 의한 강제 연행이 시작됐다. 강제연행 실시가 확대되어”라고 검정 신청했는데, “1942년부터는 관 알선에 의해 이뤄졌다.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동원 대상이 확대되어”라고 수정됐다. 야마카와 출판 교과서는 “조선인과 점령 하의 중국인도 일본에 연행되어”라는 대목이 “조선인이 징용되었고 중국인도 일본 본토에 연행되어 강제 노동하였다”로 고쳐졌다.
다이이치 출판의 경우 일본 정부의 수정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수의 조선인을 강제 연행했다”라고 표현하면서도 각주를 달아 “조선반도에서 온 경위는 다양해 ‘강제 연행’이라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각의(한국의 국무회의격)에서 결정을 했으나 강제 연행에 해당한다는 사례도 많았다는 연구도 있다”고 썼다.
독도 영토주권 침해 기술은 ‘한국이 강제 점령 중’이란 일관된 입장을 유지했다. 교육부는 “2018년 개정된 고교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에서 고유영토, 영토 획정 및 영토 편입 기술을 다뤄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독도 영토 주권 침해 기술을 하고 있으며, 이런 교과서 기술이 정착됐다”고 분석했다. 이미 ‘일본 고유 영토’ ‘한국의 불법 점거’ ‘일본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표현이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시미즈 출판의 경우 “시마네현에 속하는 죽도는”이란 기존 서술이 검정을 통과하면서 “시마네현에 속하는 죽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로”라고 더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 등은 이번 일본 새 고교 교과서 내용을 분석하는 전문가 세미나를 30일 열어 역사왜곡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