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요. 도와주세요 제발….”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김류사(70·여)씨의 호소다. 그가 살던 우크라이나 므콜라이우(니콜라예프)는 최근 러시아의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다. 김씨는 가방 하나와 신분증만 챙겨 접경 국가인 몰도바를 거쳐 루마니아로 피신한 상태다.
고려인 난민 입국 돕는 ‘천사들’
2000년대 초반 광산구 산정공원로에 들어선 고려인마을엔 현재 7000여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고려인은 구소련 붕괴 이후 독립국가연합 국가들에 거주하는 한민족 동포들을 말한다. ‘카레스키’로도 불리는 이들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몰도바 등의 출신도 포함한다.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은 현재 300여명 정도가 고려인마을에 머물고 있다. 이들 가족과 친지 가운데 피란민으로 전락한 이들이 한국행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고려인 출신 피란민들은 몰도바를 거쳐 루마니아에서 항공편으로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광주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의 손자(13)가 무사히 입국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가족이 전란을 피해 입국한 첫 번째 사례였다.
입국이 성사되기까지는 광주고려인마을 ‘천사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신 대표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현지에 있는 고려인들이) 갑작스러운 피란길에 오르다 보니 가방 하나 달랑 들고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막상 한국에 들어오려 해도 비행기 삯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맨땅에 헤딩’하듯 모금
고려인마을은 30일과 다음 달 1일 대규모 입국을 준비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 여성 등 31명이다. 이들 고려인은 30일(21명)과 4월 1일(10명) 잇따라 입국한다. 러시아침공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의 집단 입국은 처음이다. 이들은 현지 한인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루마니아 남쪽 콘스탄차에 있는 베델순복음교회에 머물고 있다. 갈 곳 없는 난민을 품어주는 이도, 이들의 한국행을 돕는 이들 모두 선교사와 목회자, 권사, 집사로 불리는 크리스천들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현재 루마니아 등으로 피신한 뒤 한국행을 희망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은 300~400명에 달한다. 그는 “‘우는 자와 함께 울어주는’ 이웃이 돼달라”고 호소했다.
교계 “한국, 난민 수용” 촉구
한국YWCA연합회(회장 원영희)도 성명을 내고 “유엔난민기구는 우크라이나 난민 상황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인 난민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난민 수용과 인도적 지원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라”고 촉구했다.
박재찬 서윤경 박용미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