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전염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지만 확진자 수치는 급격히 떨어지기보다 옆걸음질 치고 있다.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감염 속도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위중증 환자도 사흘 연속 1200명대를 유지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34만7554명이다. 지난주 같은 요일 35만3980명보다 6426명 줄었다. 지난주 평균 일일 확진자가 전주보다 4만명쯤 적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작다. 누적 확진자는 1235만428명에 달했다. 주중 1300만명을 돌파해 1400만명까지도 바라볼 기세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회견에서 “유행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가는 게 분명하다”면서도 “감소세가 얼마나 크고 빠르게 나타날지 규모와 속도에 대해서는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도 “국내 연구진 사이에서도 향후 감소 폭 규모에 대한 예측 편차가 크다”고 했다.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완만한 내림세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확진자 하락세가 비교적 더 뚜렷하다. 이날 수도권 확진자 수는 17만3599명으로 일주일간 수도권 지역 하루 평균 확진자인 17만9570명보다 낮았다. 반면 나머지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한 5개 권역이 모두 이날 확진자 수가 일주일간 평균보다 높았다.
백순영 가톨릭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수도권에서 (BA.2 변이) 유행이 먼저 퍼졌기에 지방 도시가 상대적으로 감소세가 늦거나 완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일주일 평균끼리 비교하면 지방 도시도 하락세는 확실하다”며 “BA.2 변이의 전파력이 워낙 강하다. 지방도 이미 우세종화가 됐거나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 수는 1215명이었다.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1200명대다. 위중증 병상 가동률은 68.2%로 70%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했다. 사망자는 237명이었다.
고 대변인은 “확진자가 향후 점진적으로 줄어들더라도 장기간 유행 탓에 누적된 분들이 많다”면서 “누적된 확진자 중 위중증과 사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앞으로 2~3주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반장도 “2~3주 뒤에는 (위중증이) 최대 1680명까지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의료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점진적으로 BA.2 변이 유행 이후를 대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고 대변인은 “코로나19 후유증 관련 조사를 기존에도 소규모로 추진하고 있었지만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체계적으로 축적된 정보를 모아 연구할 필요가 생겼다”면서 “기존 설문이나 검진에 더해 임상을 기반으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체양성률 조사도 표본을 확대하고 구체화하는 논의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