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한국인 사업가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의 대량 매입 소식에 힘입어 강세로 전환했다. 권씨는 29일(한국시간)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를 통해 올해에만 10억 달러(약 1조2200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사들인 사실을 인정했다.
블룸버그는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도 권(Do Kwon)’이 지난 1월 말부터 10억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구입했다. 여기에는 약 1억3500만 달러어치로 4차례 구매한 지난 28일 거래도 포함됐다”며 “권씨는 블룸버그에 비트코인 거래 주소를 공개했다. 이 주소를 보면 권씨는 총 27784.96954740BTC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공개한 ‘도 권’은 권씨다. 권씨가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씨와 함께 2018년 공동 설립 테라폼랩스는 가상화폐 ‘루나’를 개발한 업체다. 권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강력한 디지털 자산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권씨 인터뷰 보도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시쯤이다. 당시 4만7000달러 선에 거래됐던 비트코인 가격은 불과 1시간 만에 급등해 4만8000달러 선을 뚫고 올라갔다. 오후 5시 현재 미국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소폭 하락해 4만7400달러(약 578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은 최근 4만800달러대 탈환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이 지난 주말 심리적 방어선으로 설정됐던 4만500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투자 심리를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권씨처럼 거액을 투자하는 ‘고래’(큰손)들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뛰어든 결과로 보인다.
지난겨울 하락 일변도였던 비트코인의 최근 반등을 주도한 건 ‘고래’만이 아니다. 미국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도 호재로 인식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5일 자국 경제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회의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가상화폐에서 얻을 이득이 있으며 지불 체계 혁신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